비보존의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 임상 3상 성공 기대감으로 장외주식 시장에 투심이 몰리고 있다.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 장세를 보이면서 고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자금이 상장을 앞뒀거나 호재가 많은 장외 기업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외 가격보다 상장 공모가가 더 낮은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어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부터 한국장외주식시장(K-OTC)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초 500억 원대에 머물던 한 달 거래대금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10월에는 1168억 원을 넘었다. 11월에는 2385억 원을 기록하며 전달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81억 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일 거래대금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0월 28일 148억1000만 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달 5일 158억3000만 원으로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거래대금 증가는 비보존이 견인했다.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뛴 10월은 비보존이 오피란제린 미국 임상3상 결과를 연내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시기와 겹친다. 실제로 일 거래대금 최고치를 기록한 10월 28일과 지난달 5일 K-OTC에서 비보존의 거래 비중은 각각 75%, 92%였다.
비보존의 주가도 크게 뛰었다. 9월 말 가중평균 주가(장외시장에서 하루 동안 거래된 모든 가격의 평균값) 2만3900원에서 10월 말 4만3450원으로 81.80% 급등했다. 지난달 26일에는 7만4500원을 기록하며 7만 원대를 깼는데, 이날은 비보존이 엄지건막류(무지외반증) 절제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오피란제린 임상 2b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힌 날이다. 이 임상은 이번 달 발표가 예정된 임상 3상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져 시장에서는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보고 있다.
비보존이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격이지만 그 이전부터 장외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커져왔다. 초저금리 시대에 박스권 증시 기간이 길어지면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외주식 대어로 꼽히다 높은 공모가로 증시에 데뷔한 기업들의 사례가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카페24의 경우, 2014년 K-OTC에서 처음 거래가 개시될 때 주당 2000원이었지만 지난해 공모가 5만7000원에 상장했다. 5월에는 16만 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K-OTC 거래 초반 카페24 장외주식을 산 투자자가 5월까지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면 80배 넘는 차익을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
K-OTC에서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이 한정돼 38커뮤니케이션, 피스탁 등을 통한 사설 장외주식 거래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현재 K-OTC에 등록된 종목은 136개인데, 시장 출범 당시 거래종목 수(104개)와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금투협은 사설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의 연간 거래규모를 6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사설 장외거래의 경우 개인 간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보니 결제불이행이나 사기 등 불법행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법적보호나 구제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도 위험요소다.
또 “상장만 하면 대박”이라는 공식이 들어맞지 않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메드팩토가 대표적인 사례로 3월 장외시장에서 주당 6만5000원대 신고가를 찍은 뒤 줄곧 5만 원대에 거래됐지만 공모가는 4만 원으로 확정됐다. 9월 상장한 올리패스도 장외시장에서 4만 원대였지만 공모가는 2만 원에 그쳤다.
장효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사설 장외주식거래 사이트는 단순 커뮤니티로서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개인들 간의 거래 과정에서 허수 호가, 결제불이행 등의 위험이 존재한다”며 “K-OTC 시장의 거래기업 확충을 통해 거래를 보다 활성화시키고, 신규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