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연말까지 미국이 '새 계산법'을 가져오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은 일명 동창리 발사장으로 알려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과거 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명분으로 사실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하거나 ICBM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엔진 연소시험 등을 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에 진행한 '중대 시험'도 ICBM이나 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발사체(SLV)에 필요한 고출력 신형 엔진시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ICBM 카드'를 내세워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되면 조만간 위성 발사를 가장해 ICBM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이 말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위성 발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고자 위성 발사를 내세워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해왔다.
일례로 북한은 지난 2012년 미국과의 '2·29 합의'를 통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시험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식량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40여일 만에 '은하 3호' 위성을 장거리 로켓으로 쏘아 올린 전력이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약속을 어겼다"며 '2·29 합의' 파기를 선언했지만, 북한은 "미사일을 쏘지 않았으니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이번에도 북한은 미국이 끝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비슷한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약속했는데, 이번에도 위성을 발사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의 ICBM을 발사해놓고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핵실험 및 ICBM 발사를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과거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위성 발사'를 ICBM 시험발사로 규정하고 모든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으로 판단했다.
위성발사용 발사체(SLV)와 ICBM은 추진로켓과 유도조정장치 등 핵심기술은 동일하며 탑재체가 위성(SLV)이냐 탄두(ICBM)이냐만 다를 뿐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가장 최근에 이른바 '위성'을 쏘아 올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지난 2016년 2월 7일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를 이용해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는 곧바로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안보리 결의를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ICBM 발사 중단을 외교 업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일 뿐 ICBM을 쏜 것은 아니다'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북미 간 기싸움이 점차 고조되면서 조만간 방한할 미국의 대북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건 지명자는 일주일 뒤쯤 방한할 예정으로,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로선 방한 기간 북측과 따로 접촉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