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대ㆍ기아차 지능적 역량은 세계적” 카림 하비브(Karim Habib) 기아차디자인센터장

입력 2019-12-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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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처럼 매우 빠르고 역동적인 브랜드에 합류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굉장한 즐거움(Fun)이에요.”

친근한 표정과 눈빛을 지닌 그는 ‘고집이 세고 까칠하다’라는 자동차 디자이너의 선입견을 성큼 밀어내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가 생각하는 기아차의 미래 디자인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29일, 현대‧기아자동차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카림 하비브(Karim Habib)’ 기아차디자인센터장(전무)과 본지가 단독으로 만났다.

지난 10월부터 기아차에 합류한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기아차의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수립하고, 개발 중인 모든 신차의 디자인 혁신을 주도할 계획이다.

그의 영입을 주도한 ‘루크 동커볼케’ 현대‧기아차 디자인담당 부사장 역시 “글로벌한 배경과 경험을 갖춘 카림 하비브 센터장은 자동차 산업의 격변기에 기아차 브랜드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며 “국제무대에서 여러 차례 역량을 검증받은 기아차의 디자인팀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카림 하비브 기아차디자인센터장. (출처=뉴스프레스UK)

하비브 센터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센터(ACCD)를 졸업한 1988년, BMW 디자인팀에 합류했다.

이후 2009~2011년 다임러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제외하면 30년 가까이 BMW에만 몸담아왔다. 2010년대 들어 선보인 BMW 3시리즈와 7시리즈, 8시리즈 등이 그가 주도한 작품들이다.

2017년부터 약 2년은 일본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에서 디자인 총괄을 맡았다. BMW와 벤츠, 인피니티를 거친 하비브 센터장이 기아차에게 합류한 것은 자동차 업계에서 꽤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이들과 기아차의 디자인 영역이 뚜렷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자동차 디자인업계에서는 철저하게 두 종류의 디자이너가 존재한다. 바로 앞바퀴굴림(FF)차 디자이너와 뒷바퀴굴림(FR)차 디자이너다. 이들은 각각의 영역을 나누고 뚜렷한 콘셉트를 추구한다.

기본 메커니즘과 엔진 위치, 동력장치의 구성, 앞뒤 무게 배분 등이 다른 만큼 각각의 디자인 영역이 구분된다.

그가 거쳤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인피니티 등은 모조리 뒷바퀴굴림(FR) 방식, 나아가 고급차 브랜드다.

그만큼 앞바퀴굴림 대중 브랜드인 ‘기아차’로의 합류는 하비브 센터장과 기아차 모두에게 도전이자 모험인 셈이다.

그는 기아차가 오래전부터 지닌, 빠르고 세밀하게 진화 중인 디자인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2009년에 1세대 K5를 처음 봤을 때 매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기아차 디자인을 꾸준히 주목했습니다. K5 1세대를 시작으로 기아차 디자인 역량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번에 나온 3세대 K5 역시 마찬가지고요.”

하비브 센터장은 최근 치열한 경쟁이 반복 중인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관건으로 ‘개발 속도’를 꼽았다.

“요즘 자동차 산업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중국 자동차 산업만 봐도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잖아요. 여기에 중국은 ‘공업생산의 힘(Manufacturing power)’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모든 메이커가 중국을 경계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동시에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지닌 강점도 짚었다. 바로 현대‧기아차가 지닌 높은 기술력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은 물론 일본 브랜드까지 앞서는 빠른 개발속도를 지녔습니다. 여기에 다른 메이커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지능적인 역량(intellectual power)’이 아주 강합니다. 빠른 개발속도와 지능적 역량이 모이면 이게 바로 ‘혁신’이 되는 것이지요.”

K5 출시 직전에 기아차에 합류한 그는 직접 K5 사전공개 행사 때 무대에 직접 오르기도 했다.

직접 디자인한 새 모델이 아니지만 기아차가 지닌 놀라운 디자인 역량을 치켜세우면서 ‘스포티’라는 디자인 방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K5 사전공개 행사 때 제품을 알리고 특징을 강조하는 이른바 ‘프로모터’의 역할까지 충직하게 해냈다. 산업계의 대표적인 프로모터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다.

그에게 “이제 디자이너가 아니라 프로모터처럼 변했더라”는 질문을 던지자 “이제 디자이너에게도 프로모션은 업무 가운데 하나가 됐다”며 크게 웃었다.

디자인이 자동차 선택의 주요한 관건이 된 만큼 자동차 디자이너가 직접 나서 디자인적인 특성을 설명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직접 대중 앞에서 설명하는 시대라는 뜻이다.

그가 그리는 다음 세대 기아차 디자인은 어떤 모습일까.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디자인 개발·총괄 경험을 고루 갖춘 하비브 센터장은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모든 순간 자동차의 브랜드 정체성이 진정성있게 느껴져야 합니다.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바로 디자인이고요”라고 했다.

하비브 센터장은 기아차에서의 첫 번째 모델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직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4년여 만에 뚝딱 신차 하나를 개발해 내는 현대기아차의 개발 과정을 고려하면, 오롯하게 그가 디자인한 첫 번째 기아차는 준중형차 K3 또는 스포티지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내년에 출시 예정인 미니밴 카니발과 중형 SUV 쏘렌토 역시 최종 단계에서 그의 아이디어가 묻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제 한국생활 3개월째를 맞은 그는 아이 둘을 포함한 가족과 함께 서울에 살고 있다.

당분간 서울 본사와 디자인센터가 자리한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를 부지런히 오갈 계획이다.

연거푸 기아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묻는 말에 그는 철저하게 경계선을 지키며 “업커밍(Up coming) 디자인을 묻는 거라면 그건 비밀”이라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의 웃음 뒤에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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