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베리타스 등장으로 경쟁 격화될듯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자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대형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대형차는 르노삼성 SM7을 제외하고 올 8월까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대형차 시장은 전년 동기에 비해 4.6%의 성장을 보였지만 이는 쌍용 체어맨W와 현대 제네시스가 새로 추가되면서 판매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대형차 시장 전체가 침체됐다기보다는 신규 수요가 새 모델에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향후 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지면서 완성차업계는 대형차 시장 공략에 다시 나서고 있다.
하반기 새 모델 투입은 GM대우가 포문을 열었다. GM대우는 4일 대형 세단 ‘베리타스’를 출시하면서 스테이츠맨 이후 중단된 대형차 판매에 재시동을 걸었다.
베리타스는 국내 완성차 중 리무진을 제외하고 가장 긴 휠베이스(3009mm)를 자랑하며, 뒷좌석 레그룸도 가장 넓다. 트렁크는 535ℓ로 넓은 편이지만, 트렁크 선반 아래에 부착된 우퍼 때문에 윗 공간이 불룩 튀어나와있어 활용도가 떨어진다.
베리타스에 적용된 V6 3.6ℓ 엔진과 자동 5단 변속기는 스테이츠맨의 것과 대동소이한데, 최고출력은 258마력에서 252마력으로 오히려 6마력 줄었다. 최대토크 역시 34.7kg·m에서 34.0kg·m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연비는 스테이츠맨 3.6의 8.6km/ℓ와 같다.
이날 참가한 기자들의 가장 따가운 시선을 받은 부분은 자동 5단 변속기였다. 최근의 대형차들은 체어맨W가 자동 7단을 얹은 것을 비롯해 대체로 6단 이상의 변속기를 얹는 추세인데 반해, 베리타스는 몇 년 전 스테이츠맨에 썼던 자동 5단 변속기를 그대로 얹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GM대우 관계자는 “베리타스에 얹은 엔진과 가장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자동 5단 변속기를 얹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주 홀덴에서 OEM 방식으로 만들어 GM대우 마크를 달고 수입되는 차에 국내 기술진의 선택권이 있을 리 만무하다.
또한 베리타스는 최근 포르테처럼 준중형급에도 적용되는 버튼식 시동장치가 아닌 키 방식을 썼으며, 주차 브레이크는 대형차에 주로 쓰는 페달 방식이 아닌 핸드 브레이크 방식을 택했다. 이런 점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아직 미지수다.
GM대우는 베리타스 구입 고객에게 5년 또는 10만km 보증과 3년 또는 6만km 소모품 교환을 내세우고 있으나, 가격 또한 스테이츠맨에 비해 크게 올랐다. 스테이츠맨 3.6은 5085만원이었으나, 베리타스는 디럭스 4650만원, 프리미엄 5380만원, 럭셔리 5780만원으로 스테이츠맨에 비해 최고 700만원 정도 올랐다.
GM대우의 이러한 가격 정책은 라이벌로 꼽히는 현대 제네시스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제네시스는 4050만~5830만원대의 가격이고, 최근 출시된 쌍용 체어맨W 3.2는 5100만~5490만원의 가격대다. 따라서 4천만원 후반에서 5천만원 후반대의 대형차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간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GM대우는 오는 10월까지 서울역과 용산역의 GM대우 테마 라운지와 서울시내 유명 호텔에 베리타스를 전시하는 한편, VIP 고객을 대상으로 시승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GM대우의 이러한 공세에 현대와 쌍용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