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실업팀 운동선수 1251명 조사…신체폭력 경험 ‘다수’

입력 2019-11-25 14:02수정 2019-11-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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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올해 1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체육계 성폭력 근절 대책 논의를 위한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지난 21일 진행한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인권보호방안 원탁토론회'에서 운동선수의 폭력 실태 증언이 적잖게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직장운동부를 운영하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40여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 선수 1251명과 실업 선수 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조사 결과 성인 선수 33.9%는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15.3%는 신체폭력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권위가 지난 4일 발표한 '초중고 학생 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 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당시 학생 선수의 언어폭력 경험은 15.7%였고, 신체폭력과 성폭력 경험은 각각 14.7%, 3.8%였다.

특히, 신체폭력의 경우 응답자의 8.2%가 '거의 매일 맞는다'고 응답했고, 신체폭력을 당해도 67.0%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폭력 가해자로는 남성 선수에게는 선배 운동선수가 58.8%, 여성 선수는 코치가 47.5%로 가장 높았다.

성폭력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한 30대 여성 선수는 "감독이 시합 끝나고 카메라가 집중됐을 때 자신에게 가슴으로 안기지 않았다고 화를 냈다"며 "'선생님을 남자로 보느냐, 가정교육을 잘 못 받은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선수는 "유니폼을 입으면 옷이 붙어 몸이 드러나는데, 꼭 성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체 모양, 몸매 관련 농담'을 듣는 경우가 6.8%였고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당하거나(5.3%)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는 경우'(4.1%)도 있었다. 성폭행(강간)을 당한 선수도 3명(여성 2명, 남성 1명) 있었다.

선수들의 사생활 침해도 심각했다. 실업 선수 86.4%가 합숙소 생활을 경험했고, 대부분 선수에게 선택권이 없었다. 지도자나 선배 선수와 한집에 살면서 개인 공간은 물론 프라이버시도 보장되지 않았다.

한 20대 선수는 "밤에는 숙소에서 외출을 마음대로 못 하고 시합이 다가오면 주말에도 못 나갔다"며 "교도소처럼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폭력과 사생활 침해에 노출되고 훈련 때도 혹사를 당하면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선수들도 많았다.

인권위는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성인 선수임에도 일상적인 폭력과 통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성 지도자 임용을 늘려 성별 위계관계 및 남성 중심 문화의 변화를 통한 인권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와 토론회 논의 등을 토대로 관련 부처 및 대한체육회 등에 실업팀 직장 운동선수의 인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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