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원내대표 미국 국무부서 면담…“무리한 일방적 증액 어렵다” 입장 전달
‘한·미 방위비분담금협’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방위비 협상에 대해 ‘과거의 협상과는 다른 어렵고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미국의 방위비 대폭 증액에 대한 우려를 미 의회와 행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지난 20일 미국을 방문했다. 비건 부장관 지명자는 그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맡아왔으며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방미 중인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했다.
비건 부장관 지명자는 면담에서 한미 방위비 협상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면담 후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건 대표가 1950년 이후 ‘한미동맹의 재생’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결국 방위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는 새로운 동맹의 틀에서 봐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 지명자가 언급한 ‘한미동맹의 재생’이라는 단어와 관련해 오 원내대표는 “비건 지명자는 ‘rejuvenation’(원기회복), ‘renewal’(재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앞으로 한미 동맹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방위비 문제를 단순히 비용 차원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재설정으로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한국이 과거와 달리 부자 나라가 됐으니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미국의 인식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아툴 케샵 국무부 동아태 수석 부차관보도 같은 관점에서 한국의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는 미국에 없는 고속철도와 의료보험이 있지만 미국에는 없다”며 “다른 나라는 성장하고 발전하고 자국민을 위한 일을 하는 동안 미국은 국민이 세금을 내서 기여했다. 자국민을 위해 이뤄놓은 게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3당 원내대표는 “큰 상황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과도하고 무리한 일방적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며 상호 존중과 신뢰가 가능한 합리적인 협상을 강조했다고 이 원내대표가 전했다.
또 3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방위비 문제와 연동돼 일부 언론에서 주한미군 감축 검토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서도 비건 지명자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나 원내대표는 “동맹을 가치의 동맹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계산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며 “특히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언급이 나온 것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비건 지명자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당 원내대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회도 지소미아 파기는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행정부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미국이 10여 일 전부터 한국 측 입장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일본에도 입장 변화를 이야기한 흔적이 있다”며 “한일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앞으로 적극적 역할도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