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를 짓누르는 일련의 부정적 시그널이 차례로 발생할 경우 헤지펀드(투기세력)의 유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이는 국내금융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2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무엇보다 최근 단기 외채의 급증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며 올들어 총 외채는 1분기말 기준 4124억달러로 GDP의 42.5% 수준이고 지난 2005년 23.7%에 비해 80%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진단했다.
현재 제조업 자본투자의 효율성은 지난 외환위기때와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지만 단기외채의 급증은 당시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외채의 증가가 차익거래를 위한 외국인 채권투자가 급증과 국내 조선사와 투신사의 환헤지로 인해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단기차입을 늘린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유발시켰던 대출구조(금융기관의 단기외채 조달이 민간부문의 장기대출로 이어지는)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이는 GDP대비 민간부문의 부채는 올 1분기 현재 173% 수준으로 97년의 160%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경기둔화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자본투자 효율성이 하락하면서 부실 채권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고 이러한 시그널이 포착될 경우 헤지펀드의 원화하락 베팅이 시작될 개연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업의 자본투자 효율이 양호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난 97년과 같은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위기에 대한 신호가 점차 표면적으로 드러날 경우 투기세력이 가세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최 연구원은 "우선 대외채무 대비 가용 외환보유고의 감소추세"라며 "대외채무 대비 외환보유고는 올 1분기를 기준으로 6.3 수준이고 최근 환율방어를 위한 외환보유고 감소를 감안할 경우 더욱 낮아질 것이며 이 수치는 지난 2004년 4분기 11.5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한국은행이 8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2천432억달러로 전월대비 43억2000만달러 감소했다고 밝혔고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던 지난 7월(105억8000만달러)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로 큰 규모다. 이로써 외환보유액은 두달새 150억 달러 감소함에 따라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는 "다음으로 9월에 만기도래하는 외국인 채권의 향방에 주목해야 한다"며 "현재 물량은 약 6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나 이보다 중요한 점은 금액의 규모보다 외국인의 심리"라며 "차익거래에 재진입할만한 여건이 조성됐음에도 이들 자금이 국내 빠져나간다면 금리와 환율의 추가 상승에 대한 두번째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수익성 악화는 영업이익률이나 자본투자 효율의 감소로 나타날수도 있으나 상징적으로 몇몇 대기업이 자본잠식이나 파산에 이를 경우 또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과 국내기업들의 수익성의 본격적인 악화 신호가 당장 나타날 가능성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했을 때 그리 높지 않지만 일련의 부정적 시그널이 차례로 발생할 경우 헤지펀드들의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어 국내금융시장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달러-원 환율 급등을 초래, 결과적으로 대외 부채에 대한 상환 비용 급증과 민간부문 부실채무 양산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다가올 수도 있는 가능성 또한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