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후 자신의 차를 현장에 두고 떠난 운전자는 교통방해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 미조치ㆍ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의 상고심에서 사고 후 미조치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씨는 술에 취해 운전하다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은 뒤 차량을 현장에 둔 채 귀가했다. 이 씨는 사고 직후 자신의 연락처를 적은 종이를 차량에 붙여둔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이 씨에 대해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148조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사고를 일으키고도 차량을 현장에 그대로 둔 채 현장을 이탈했고, 경찰관의 정당한 음주측정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이 씨가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았고, 연락처를 남긴 점 등을 근거로 이 씨가 도로교통법 148조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은 사고 후 미조치 부분에 대해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음주측정 거부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 원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씨가 148조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 비산물 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가해 차량으로 인해 다른 차들이 도로를 통행할 수 없게 됐다면, 피고인이 사고 현장을 떠날 당시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ㆍ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