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공룡이 흔들리고 있다. 유통채널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올들어 대형마트 실적이 악화된 데 이어 명품 판매 호조로 그나마 선방해온 백화점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업계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이 공개된 롯데마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해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을 반토막냈다. 가까스로 선방하던 롯데백화점도 매출이 하락했으며 현대백화점은 영업이익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2분기에 사상 첫 영업이익 적자를 낸 이마트도 3분기 실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3분기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롯데쇼핑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감소한 876억 원, 매출은 5.8% 줄어든 4조 404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감소세에 비해 매출 감소 폭은 비교적 작은 편이었지만, 23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롯데쇼핑의 실적 악화는 롯데마트의 탓이 크다. 롯데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7% 감소한 20억 원, 매출은 6.7% 떨어진 1조 2820억 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롯데마트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3분기까지 80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380억 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특히 롯데마트는 이커머스와의 경쟁을 위해 신선식품·리빙 분야 강화를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관련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롯데마트는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친환경 농산물, 프리미엄 축산물, 점포별 로컬푸드를 확대했지만, 3분기 실적에서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 매출은 9%, 축산물은 3.6% 감소했다. 신선식품뿐 아니라 리빙 분야 카테고리 매출 역시 7.8% 떨어졌다.
문제는 마트뿐 아니라 백화점 실적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부진 속에서 백화점은 명품 및 가전 판매 호조로 그나마 제자리를 지키는 모양새였으나 최근 들어 백화점이 유통채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채널 가운데 올해 3분기(7~ 9월) 백화점의 매출 구성비는 각각 전년 대비 0.7%p, 0.2%p, 1.6%p 연속으로 줄었다.
롯데백화점의 3분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0.8% 감소한 713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60억원으로 1.7% 상승했지만 이는 지난 1월 오픈한 인천터미널점이 편입돼 나타난 효과로, 실제 기존점의 매출은 4.3% 하락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증가한 4579억 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2.2% 하락한 777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지난해 시행한 점포 증축(김포, 천호, 킨텍스 등)과 리뉴얼로 인해 감가상각비가 늘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97억 원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분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내 업계에 충격을 가져온 이마트는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표이사를 외부에서 영입해 위기 탈출을 선언했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점포 운영에서 온라인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경영전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단시간내 효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이마트는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경기 악화에 따라 기존점 성장률이 상반기 대비 더욱 하락하고 있고, 비식품 부문의 매출이 부진해 기존점의 성장률은 -5~6%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유통업계 공룡의 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실적 반전을 기대하는 곳이 신세계백화점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3분기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판매 실적이 좋아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내다본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세계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20~25%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세계백화점 총 매출에서 해외 명품 매출 비중이 25~30%에 육박하는 만큼 백화점 사업은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