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김치캡슐·김치향수라고?

입력 2019-10-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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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위대한 프랑스’를 기치로 내걸었던 드골 전 대통령이 프랑스를 통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불평하면서 ‘400가지가 넘는 치즈’를 만드는 다양한 국민성을 들었다. 다양성에 관한 한 한국은 프랑스보다 한 수 위이다. 한국은 집집마다 특색 있는 김치를 담가 먹기 때문에 한국의 인구를 5000만 명이라고 하면 적어도 1000만 종류 이상의 다양한 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양한 입맛을 세계인들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세계적 식품 기업들이 한국 소비자를 시장 반응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한국네슬레가 웰빙 커피를 한국에서만 출시했고 코카콜라에서도 ‘칼로리 제로’를 미국, 호주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내놓았다.

세계적인 식품 기업들이 한국을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그만큼 다양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입맛에 관한 한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라는 말이 그 증거다. 한국인들의 이와 같이 가히 전문가적인 입맛, 즉 유행에 민감하고 아주 까다로운 입맛은 모든 가정에 다양한 김치의 맛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김치는 냄새 때문에 악명이 높다.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은 김치에 얽힌 에피소드가 한둘쯤 있을 것이다. 김치 냄새 때문에 아파트에서 쫓겨난 것은 기본이고 경찰서에 불려가기까지 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김치 냄새는 외국인들에게는 참기 힘든 냄새다. 일제강점기 일본 사람들이 조선 사람들을 깔볼 때 쓰는 말이 ‘김치 냄새 나는’이라는 단어였다. 야만인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쌀 위주의 식생활에 채소를 즐겨 먹었다. 그러나 삼한사온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기후는 계절 변화가 뚜렷하여 겨울에는 채소가 생산되지 않고 저장 또한 어려웠다. 따라서 건조 처리나 소금 절임에 남다른 슬기를 동원했다. 건조처리법은 시래기이며 절임법은 바로 김치이다.

김치는 한마디로 소금에 절인 배추와 무, 고추, 마늘 등 여러 가지 향신채를 소금으로 간을 해서 발효시킨 ‘모듬야채발효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치의 담금 원리는 양념류가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교환되고 배출되는 것이다. 소금 절임은 우리 조상들만 생각해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은 채소를 절인 후에 갖가지 향신료와 양념, 젓갈을 혼합하고 고추 등으로 색깔과 맛을 가미했다. 다시 말해 김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자적인 발효식품이라는 것이다.

불가리아가 장수국으로 유명한 것은 발효 식품인 요구르트를 많이 먹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치는 이보다 더 훌륭한 발효 식품이다. 발효 과정 중 유기산이 생성되는 김치는 항암 및 정장 작용을 하는 유산균의 보고이다.

김치는 저열량 식품으로 식이성 섬유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장에서 섭취된 음식과 소화 효소가 잘 섞이도록 도와주며 변비 예방에도 좋다. 또 채소에 들어 있는 포도당이 젖산균에 의해 포도당이 중합된 덱스트린을 형성하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에 비해 장암 환자가 적은 이유로 꼽는다.

장거리 여행이 보편화되고 우주 관광여행 등도 초읽기에 들어가자 지구인들이 언제 어디서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영양가 있고 사용하기 쉬운 휴대용 식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김치 캡슐도 여기에 포함된다. 김치 캡슐 속에 인간에게 필요한 비타민 등 필수 요소들도 함께 넣어준다면 현재 복용되는 수많은 건강보조제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치의 종주국으로서 김치가 세계의 식품으로 자리 잡는다면 김치의 냄새마저 세계인의 구미를 당기는 좋은 냄새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과장하면 김치향수, 휴대용 김치 캡슐이 미래인의 필수품이 될지도 모른다. 참고적으로 미국의 건강전문잡지 ‘헬스’는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선정했다. 5대 식품은 한국의 김치, 일본의 콩, 스페인의 올리브오일, 그리스의 요구르트, 인도의 렌틸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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