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사태, 은행권 ‘脫실적화’ 바람 일으켰다…직원 평가제도 전면 개편

입력 2019-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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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 비판에 은행장들, 판매 실적ㆍ대출 확대 등 수익성 고배점→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확대

은행권이 원금 전액 손실 등이 발생한 금리연계형 파생연계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직원 평가지표(KPI)를 전면 개편해 ‘탈(脫)실적화’에 나서고 있다. 판매 실적이나 대출 확대 등 수익성에 많은 배점을 부과하던 기존 판매지표를 소비자 보호에 높은 배점을 주는 방향으로 전면 수정하겠다는 방침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KPI에서 고객 수익률 비중을 2배 이상 늘리거나 소비자 보호 항목 배점을 상향하는 등 KPI 개편에 집중하고 있다. KPI는 영업점과 직원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는 지표로, 매년 수익률 등을 평가한 뒤 점수를 매긴다. 해당 점수는 직원 인사평가 및 성과급에 반영되는데 금융상품 판매나 대출 확대에 높은 점수가 배정된다. 이 때문에 은행 수익에만 집중하는 KPI가 이번 DLF사태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중심 KPI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각 은행 수장들은 고객 보호를 우선시하는 혁신 방안을 내놨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고객수익률을 KPI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방카슈랑스를 KPI 항목에서 제외했다. 또한, 내년부터는 급여 이체와 스마트 뱅킹도 KPI 항목에서 빠지게 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노력을 임원 평가에 반영하는 경영인증제 도입을 약속했다. 특히, 올 4분기에는 성과관리에서 자산관리상품과 관련된 KPI 평가를 제외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직원 평가 및 전반적인 제도를 성과 중심에서 손님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PB를 평가하는 KPI에서 고객수익률 비중을 5%에서 10% 이상으로 늘리는 등 손님 관리 비중을 2배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PB 평가 방식을 고객 중심으로 개편했다. 평가 지표에서 고객 관련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24%에서 60%로 높이고, 손익 관련 항목 비중은 40%에서 20%로 축소했다. 3억 원 이상 자산가 고객을 관리하는 PWM센터 평가에서는 고객 수익률 항목 비중을 기존 10%에서 16%로 상향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고객의 관점에서 안정적인 상품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판매 상품을 선정하는 상품위원회 심의절차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종합고객수익률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11월 초 열리는 농협은행 본부 공청회에서 영업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방침이다. 공청회에는 전국영업점에서 실적 평가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모여 내년에 시행될 소비자 보호 중심의 평가 방식 및 사업 계획을 논의하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주요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성과지표 체계를 개선하라고 직접적으로 지시했기 때문에 은행들이 서둘러 혁신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내년 은행별 사업계획을 보면 얼마나 고객 보호에 집중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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