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범죄인 인도법 시위사태’ 촉발 살인 용의자 출소

입력 2019-10-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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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주의로 홍콩서 처벌 못 받아…대만-홍콩 실랑이에 어디로 갈지 여전히 불확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항의 시위사태를 촉발한 살인 용의자 찬퉁카이(왼쪽)가 23일(현지시간) 교도소에서 출소하고 나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홍콩에서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항의 시위사태를 촉발한 살인 용의자인 찬퉁카이가 23일(현지시간) 출소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홍콩 남성인 찬퉁카이는 지난해 2월 대만 여행 중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한 지하철역 부근에 유기한 채 홍콩으로 도망쳤다.

홍콩 경찰이 찬퉁카이를 체포했지만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처벌할 수 없었다. 결국 법원은 찬퉁카이가 여자친구 돈을 훔쳤다는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29개월 징역형을 내렸다. 찬퉁카이는 모범수로 형이 18개월로 감면돼 이날 출소했다.

홍콩 정부는 살인죄를 저지른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송환하려 했지만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중국과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 대해서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을 도입하려 했으나 이는 패착이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이 중국 본토로 송환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올해 6월 9일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바로 홍콩 시위사태의 시작이다.

찬퉁카이는 출소 전에 대만에서 죗값을 치르겠다고 밝혔고 이날도 기자들에게 공개 사과를 하면서 대만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만과 홍콩의 실랑이에 찬퉁카이가 어디로 가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대만 당국은 전날 경찰을 보내 찬퉁카이를 돌려받겠다고 밝혔지만 홍콩은 자신의 사법권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홍콩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도 “홍콩에 경찰을 보내겠다는 대만의 요구는 그의 송환을 더욱 불확실하게 할 것”이라며 “이는 홍콩 사법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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