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공모 등 우여곡절을 겪은 에너지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김신종 광업진흥공사 사장,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 등 3~5개월 가량 공석이던 에너지공기업 사장들이 속속 선임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들 신임 사장들이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전, 공기업 개혁 첫 '신호탄'
한전은 발전자회사 민영화 계획이 철회되면서 조직체계가 오히려 엉클어졌다.
전력산업은 발전, 배전, 판매 등 3개 분야로 나뉘는데 1999년 시작된 구조개편 과정에서 3단계 경쟁체제를 추진키로 하고 일단 발전회사들은 2001년 한전에서 떼어냈다. 하지만 이후 구조개편이 중단돼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 있다.
지식경제부는 전력사업의 시장경쟁체제 도입과 전기요금의 현실화 등 대원칙을 세웠지만 중단된 구조개편을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해놓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김쌍수 신임 사장이 한전의 공기업적 특성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주목된다.
김 사장은 LG 근무 시절 지방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인물로 철저한 현장주의자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독한 인재론'을 내세울 정도로 일벌레를 선호한다.
따라서 김 사장은 역대 한전 사장 가운데 민간기업 CEO 출신 1호로, 모험보다는 안정성, 이익 실현보다는 공익성을 중시하는 한전의 체질에 김 사장의 경영스타일이 어떻게 접목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과거 한전 사장들이 관료나 학자 출신 사장이 대부분이었고 내부에서 발탁된 케이스도 2명이나 있었지만 공룡 조직인 한전의 개혁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한전의 당면한 과제인 대규모 적자릉 어떻게 극복할지가 첫 난관이다.
고유가로 인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영업손실은 발 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영업손실이 1조1273억원으로,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1982년 공사로 전환된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신임 사장 입장에서 적자의 원인이었던 전기요금의 현실화만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 국민적 반발을 가져올 요금현실화 카드를 꺼내들었다가는 자칫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전이 나가야 할 중장기 비전을 내놓는 것도 과제다. 이와 관련, 해외 전력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0년까지 매출액 중 해외사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4~5%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밖에도 '성과급 잔치'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떼어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비용절감과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통해 대외신뢰 회복에 나서야 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석유公, 대형화 및 해외광구 확보 절실
석유공사는 대형화를 통해 '해외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 마련된 상태다.
생산량을 현재 5만배럴에서 30만배럴로 6배 확대하고 기술인력만 2500명으로 늘려서 세계 50위권에 올려 놓는 것이 목표다. 석유공사는 현재 생산량기준으로 세계 93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강영원 신임 사장은 부사장 시절부터 방글라데시, 아르헨티나, 미얀마 사업 관련 조직을 이끌며 폭넓은 자원개발 및 투자사업을 지휘했다.
따라서 강 사장이 갖고 있는 자원개발분야의 폭넓은 해외인맥이 석유공사의 해외광구 인수 등에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강 사장 역시 취임식에서 "석유공사 대형화의 실행과 구현에 전사적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서캄차카 유전개발사업 탐사기간 연장 기각 사건 등 최근 잇따라 해외자원개발 추진에 제동이 걸린 만큼 강 사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진공, 유사기관 통폐합 과제
광업진흥공사 역시 해외자원개발을 확대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 초 취임한 김신종 사장은 행정고시 22회로 동력자원부 원자력발전과정·에너지기술과장, 환경부 대기보전국장, 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심의관·자원정책실장 등 에너지자원분야 관료 출신이다.
따라서 국내 광산 재개발 및 해외 광산개발 지원 등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진공의 규모를 키워야 하는 만큼 국내 유사 공기업과의 통합을 어떻게 이뤄낼지 주목된다.
정부가 광진공을 해외 광물개발 전문 공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법정자본금을 6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실적으로 몇 년안에 실제 납입 자본금을 키우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 대안은 비슷한 기능의 공기업을 하나로 묶는 것.
광진공과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곳은 석탄공사, 광해관리공단 등이 꼽힌다. 다만 석탄공사의 경우 석탄산업합리화 과정에서 짊어지게 된 1조2000억원의 부채가 걸림돌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33%인 해외사업 비중을 50%로 강화하는 인력 조직개편도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