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펌 주기적지정 따라 멤버펌 이동 전망
신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으로 대상 기업의 국내법인은 물론 해외계열사까지 외부감사인의 물갈이가 전망된다. 많은 해외사업장을 거느린 대기업의 경우 국내 빅4 회계법인과 글로벌 멤버펌이 일치하면 감사효율이 제고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서 국내 회계법인과 해외 멤버펌을 통일시켜야 한다는 별도의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감사인이 모회사에 감사의견을 내려면 일정수준 이상의 회사를 감사해야 된다는 멤버펌 규정이 있지만 이는 권고사항이다. 이마저도 세부기준이 상이해 해외계열사의 감사인 선택은 결국 기업이 선택할 몫으로 남게 됐다.
빅4 회계펌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상 특정 회사의 감사인이 바뀌면 재무제표가 연결된 주요 계열사의 감사인도 같이 변경되는 게 트렌드”라며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일회계법인은 PwC, 삼정회계법인은 KPMG, 안진회계법인은 딜로이트, 한영회계법인은 EY와 멤버펌 제휴를 맺고 있다. 이번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로 새롭게 맡거나 손을 떼는 기업에 따라 해외자회사를 감사하는 글로벌 멤버펌 간 이동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춘 업계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은 최근 잇달아 사업연도 회계기간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연말에서 연초까지 감사업무가 집중돼 관행적으로 3월을 사업보고서 결산월로 해왔다.
하지만 각각 멤버펌의 글로벌 기준에 맞춰 삼일과 한영은 6월, 안진은 5월로 결산월을 변경했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국내와 해외 연결회사 감사의 통일성을 감안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감사인이 바뀌는 대기업으로는 삼성생명보험과 삼성전자, 미래에셋대우, SK하이닉스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회계법인 순차 배정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정이 유력하게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영과 안진의 2파전으로 한영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는 모두 삼일에서 감사하고 있다. 삼일은 대신 미래에셋 감사를 새로 맡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