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온라인 쇼핑, 상생의 길 모색할 때

입력 2019-10-0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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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희 공정거래위원회 유통정책관

▲고병희 공정거래위원회 유통정책관
소비행태가 변하면서 유통업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클릭 몇 번만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날 밤 주문한 상품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정성스레 포장되어 놓여 있는 놀라운 일이 어느 덧 일상이 됐다. 온라인쇼핑은 소비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으며, 이를 외면한 기업은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이다.

온라인쇼핑몰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유통채널로 급성장했지만 경쟁력을 확보,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솔깃한 행사도 꾸준히 해야 하고 매일 밤을 새서 상품을 포장·배송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수준의 판촉비와 물류비가 요구돼도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기는 어렵다. 상품가격을 올리거나 무료배송을 포기할 경우 금방 경쟁사에 뒤처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획기적 세일을 원한다. 그러나 그러한 세일행사에는 결국 비용이 들고 그 부담 주체는 상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납품업체나 이를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이 된다.

행사를 납품업체 비용으로 실시하여 판촉비를 절감하려는 유혹이 온라인쇼핑몰에 있을 수 있다. 물론 납품업체도 행사를 통해 매출이 증가하고 재고상품을 처리할 수 있어 이득이 된다. 온라인쇼핑몰도 마진이나 수수료 수입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현행 대규모유통업법 체계가 판촉에 소요되는 비용의 공평분담 원칙을 정해놓고 있으므로 이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 당초 대규모유통업법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적 유통채널을 전제로 출발했으나, 이외의 업태도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 법 적용대상 요건인 연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또는 매장 면적 3000㎡ 이상에 해당되는 만큼 매출이 성장한 온라인쇼핑몰 업체들도 이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실제 온라인에서 빈번하게 진행되는 특가세일, 사은품 증정, 광고 등 행사비용을 부담하는 데 있어서도 법률적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법은 유통업체가 행사로 인해 판매량 증가의 이익을 보는 만큼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행사 이전에 납품업체와 예상되는 비용의 규모 및 내역, 분담비율 등을 서면으로 약정하도록 하고 있다. 분담비율은 예상되는 경제적 이익의 비율대로 정하되 예상이 곤란한 경우에는 50대 50으로 정하며, 납품업체의 분담비율이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규모유통업법 집행은 주로 오프라인 채널에 집중돼 왔으며, 최근 급성장한 온라인쇼핑 업계 입장에서는 이 법이 생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년 공정위 실태조사 결과 유통업체로부터 판촉비를 요구받은 납품업체의 응답비율이 온라인쇼핑몰은 24.4%로 대형마트(6.6%)나 백화점(4.3%)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올해 7월 공정위는 온라인쇼핑몰의 판매촉진비용 부담전가 행위에 대한 위법성 심사지침을 제정했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행사에 앞서 예상되는 비용을 법에 규정된 공평부담의 원칙하에 온라인쇼핑몰과 납품업체가 적정하게 분담하도록 사례를 통해 설명한 것이다.

아마존 등으로 촉발된 온라인쇼핑 시장의 공정거래 이슈는 전 세계적 관심사이며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이다. 분명한 것은 납품업체를 단순히 이익창출의 수단으로만 취급하고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통시장이 납품업체·유통업체·소비자 모두의 이익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공정거래 정책의 역할이다. 이번 심사지침 제정을 계기로 온라인쇼핑 업계가 대규모유통업법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납품업체와 상생 협력하는 문화가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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