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놓고 충돌, 인하하겠다는 한은 vs 부작용 만만찮다는 전문가들

입력 2019-09-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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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불확실성에 저성장·저물가..가계부채 등 우려에 유동성함정 가능성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사실상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리인하 신중론로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가계부채 문제 재확산과 함께 유동성함정에 빠질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27일 인천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에서 만찬을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이주열 총재 모습.(제공 = 한국은행)
추가 금리인하를 놓고 한국은행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한은은 대외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저성장과 저물가를 감안해 추가 인하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반면, 전문가들은 인하 효과가 과연 있겠느냐는 점을 들어 사실상 반대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다소 잠잠해진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키울 수 있는데다, 저성장·저물가를 되레 고착화시키는 소위 유동성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나섰다.

◇ 인하 소수의견 이미 두명, 이주열 총재 결심이면 충분 = 이주열 한은 총재는 27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 만찬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우리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추가 금리인하에 힘을 실었다.

우선 대외부문과 관련해 그는 “미국은 고용과 소비 호조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독일은 제조업 부진으로 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중국도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수출과 투자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무역분쟁, 브렉시트,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등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투자심리 위축과 소위 글로벌 밸류 체인(global value chain) 약화 가능성까지 종합해보면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흐름이 좀 더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내상황과 관련해서는 “수출이 감소했고, 투자도 아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도 경기에 민감한 내구소비재를 중심으로 부진한 것을 보면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미 두 명의 인하 소수의견이 나왔다는 점에서 이 총재의 이같은 판단은 곧바로 금리인하로 연결될 수 있다. 이 총재는 또 다른 금통위원인 윤면식 부총재와 함께 사실상 두 표를 갖고 있어 7명인 금통위원 구성상 다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미중 무역분쟁·반도체경기 금리인하로 풀수 있나, 물가 견인도 의문 = 전문가들은 금리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 총재도 “키 팩터(key factor)”라고 언급했듯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이기 때문이다. 금리인하로 풀기 어려운 문제다.

금리인하를 통해 낮아진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문제도 제기했다. 오히려 효과는 없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만 키울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를 인하해 인플레 기대가 살아날 것이냐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여태까지 보면 금리를 낮췄을 때 오히려 인플레 기대가 더 낮아지는 현상을 봐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금리를 낮추면 부작용이 더 커지는 구간이 있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좀비기업이 많아지며, 독과점 기업들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유동성함정에 빠질수 있다. 초저금리 부작용도 균형있게 생각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총재가 내년엔 성장세와 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을 들어 이 총재가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가 향후 몇 달만 마이너스라고 언급한 점과 내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한 점은 굳이 인하할 필요가 없음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10월과 11월 인하를 속단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기구를 보면 금년보다 내년 성장 전망을 좀 더 높이고 있다”며 “기저효과가 해소되는 것이 빠르면 연말, 아니면 내년초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물가는) 1% 내외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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