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는 혁신 따로 없다…기본과 원칙만 지키면 사고 줄어”
건설현장 집중 점검…올해 산재 사망자 800명대 축소 목표
첫 직장 입사 후 연구원장으로, 이사장으로…공단 사번 3개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20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법으로 규제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려던 시대는 지났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국민들의 안전사회에 대한 인식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때는 환경, 2만 달러 때는 안전, 3만 달러 때는 보건으로 범위가 넓어진다”며 “4만 달러는 윤리로, 기업이 법 위반 사유가 없어도 윤리를 안 지키면 생존하기 힘든 시대로 바뀐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산업안전 분야의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다.
박 이사장은 국내 안전보건 분야 전문가다. 안전보건 공단 사번이 3개가 된다. 1991년 첫 직장이 바로 공단이다. 그는 1년 10개월 재직 후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한성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2006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으로 두 번째 입사했다. 3년간의 활동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2017년 12월 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박 이사장은 “사번이 세 개가 되다 보니 공단에 대한 사명감이 남다르다”며 “공단이 큰 조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안전 문제를 볼 때는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들여다본 것이 2014년 세월호 이후”라며 “충분한 제도의 뒷받침 없이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생긴 사회 안전문제들을 한꺼번에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자살, 교통사고,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를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 해 자살 사망자는 1만2000여 명, 교통사고 사망자는 3만8000여 명, 산업재해 사망자는 1000명 안팎이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97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485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공단은 이를 줄이기 위해 7월 16일부터 100일간 불시에 현장을 점검하는 특별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산업안전 패트롤카를 투입해 공단 직원 1000여 명이 전국 건설현장을 직접 찾아 안전점검을 진행한다.
박 이사장은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절반은 추락 방지 시설 미설치, 안전모 미착용 등 눈에 보이는 것”이라며 “건설업 사고사망자가 7월 16일~8월 31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여 명 감소 국면으로 전환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0일 성과가 나와 올해 산재 사망자를 800명대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안전에는 혁신이 없다”며 “결국 안전은 기본과 원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는 확률이 낮아 평소에 의식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놓친다”며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켜도 사고의 절반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합의한 삼성의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 원으로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박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술을 안전에 활용하는 것과 새로운 안전 문제에 대한 대비를 기금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전국의 반도체 사업장 내 화학물질 농도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전 예방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건설업은 AI프로그램으로 공정의 위험을 미리 알리고 교육을 지원하는 알림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공장의 프로그램 오류 등으로 인한 로봇 등의 오작동에 대한 안전 규제와 플랫폼 노동자처럼 새롭게 생기는 노동그룹에 대한 보호 장치도 연구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서울대 보건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산업보건학 박사를 받고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산업보건학회장,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