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며칠 전 어느 신문에 “치파오 대신 한푸, 중국에 이는 한(漢)족 종족주의”라는 표제의 기사가 실렸다. 내용인즉 중국 사회를 구성하는 주류민족인 한족(漢族)이 중심이 되어 한족의 의상을 입자는 바람이 불면서 중국 내에 종족주의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나라 이후의 중국은 소위 ‘차이나 칼라’에 긴 치마의 옆을 튼 형태의 ‘치파오(旗袍)’를 전통의상으로 여겨왔다. 旗袍의 각 글자는 ‘깃발 기’, ‘도포 포’라고 훈독한다. 도포란 옛 도학자들이 입던 긴 겉옷을 이르는 말이다. 겉옷을 뜻하는 ‘袍’ 앞에 ‘旗’를 덧붙여 ‘旗袍’ 즉 중국어 발음으로 ‘치파오’라고 하는 까닭은 그것이 한족의 전통의상이 아니라 만주족(여진족)의 전통의상이기 때문이다. 만주족인 누르하치는 1615년에 만주지역을 통일하고 국민개병제의 입장에서 군대를 8개 군대로 편성하고 8개의 색과 모양이 다른 깃발로 표시하여 전 군대이자 국민을 팔기군(八旗軍)이라고 불렀다. 이로써 ‘기(旗)’는 곧 만주족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고 만주족들이 입던 옷을 ‘旗袍’ 즉 ‘치파오’라고 부르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당나라, 송나라, 명나라는 한족이 세웠지만 금나라는 신라인이 여진족의 지도자가 되어 세운 나라이고, 원나라는 몽고족이, 청나라는 다시 여진족에 세운 나라이다. 그런데 현재의 중국은 한족이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오늘날의 중국 사회에서는 이민족이었던 만주족의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중국의 전통의상으로 여길 게 아니라, 한족이 세운 왕조인 송나라, 명나라 때의 의상 즉 한복(漢服)을 복원하여 그것을 전통의상으로 삼자는 바람이 불면서 한족 중심의 종족주의가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족의 의상 즉 ‘漢服’을 중국어 발음으로 읽으면 ‘한푸[Hanfu]’이다. 우리 한(韓)민족의 ‘한복(韓服)’도 중국어 발음으로 읽으면 성조(聲調)만 다를 뿐 다 ‘한푸[hanfu]’라고 읽는다. 적잖이 헷갈리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