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훈 중기IT부 기자
쓴소리 듣기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특히 권력자라면 고언(苦言)보다는 아첨이 달콤할 터다. 하지만 권력자가 듣기 싫다고 모조리 거짓으로 몰아붙인다면 단순히 호오(好惡)의 문제로 넘길 수는 없다. 통제와 탄압을 하려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1930년대 독일 나치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가 나치에 적대적인 매체에 ‘거짓말 언론(Lugenpresse)’이라며 공격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쉽다.
한상혁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의 주 임무가 ‘가짜뉴스 때리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은 기우는 아닌 듯하다. 현 정부는 지속적으로 가짜뉴스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그리고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실은 더욱 중요해졌다”고도 강조했다. 청와대는 통일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4개 부처의 언론 오보 대응 실태를 조사하기까지 했다. 윤도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기자가 기사를 써야지 왜 소설을 쓰느냐”고 일갈할 정도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내정 직후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범위 밖에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9년 전 논문에서 “타율에 의한 규제는 자칫 규제 권한을 지닌 자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기술한 대목을 정면부인한 것이다. 한 위원장이 정부가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하는 유튜브와 일부 보수언론에 대해 ‘손 봐주기’에 본격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전임 이효성 위원장이 보장된 임기를 1년 남기고 사임한 배경에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청와대와의 이견이 있었다는 점과 궤를 같이한다.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우려는 명확하다. 작년 10월 여당이 만든 ‘허위 조작 정보(가짜뉴스) 유통 방지법안’에서 규정했듯 ‘정부기관 등에서 명백하게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보’에 ‘가짜’ 낙인이 찍힐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정권과 의견이 다르면 가짜뉴스다. ‘가짜 판별’도 정부가 한다. 이를 놓고 최근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한국이 디지털 독재체제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언론은 정부가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가 돼야 한다”고 공언한 괴벨스가 꽤나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