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자본시장1부 기자
2006년 설립된 신라젠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 기업공개(IPO)를 하면서다. ‘꿈의 신약 물질’인 펙사벡을 앞세운 신라젠의 주가는 제약, 바이오 열풍을 타고 10배가 넘게 뛰면서 여의도 증권가의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주목받지 못했던 시절을 살펴보면 파란만장하다. 초대 대표였던 황태호 씨는 신라젠을 창업해 제네렉스의 연구용역을 하면서 펙사벡을 처음 알게 됐다. 그는 최고기술책임(CTO)으로 내려와 일하다가 회사와 불화를 빚고 퇴사했다. 퇴사 후에는 약속한 스톡옵션을 달라며 회사와 소송 중이다. 2대 대표를 지낸 이용한 씨는 유사수신업체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에 대규모 투자를 받아 펙사벡의 개발사인 제네렉스를 인수할 기반을 만들었다. 이 전 대표는 고등학교 동문의 소개로 유사수신업체 대표를 만나 투자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이를 시발점으로 본격적인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유사수신업체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로 3만여 명을 대상으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내겠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9000억 원대의 손실을 입힌 곳이다. 이 회사 대표는 유사수신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구속 중이다.
실제 신라젠은 2013년부터 이 업체들에 CB(전환사채) 등의 방식으로 수백억 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신라젠 내부에서도 이 투자를 받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는 후일담도 들린다.
그리고 현재의 문은상 대표는 제네렉스 인수 후 펙사벡의 임상 3상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다가 펙사벡 임상 중단권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임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신라젠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높은 수익을 올린 유사수신 업체가 신라젠에서 빌린 돈을 다른 사기행각 과정에서 돌려막기에 썼다는 사실도 찝찝한 기분이 들게 한다.
실체적 진실과 관계없이 논란을 종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임상이 성공하면 된다. 그간의 행보가 세간에서 ‘꿈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평가받을지, 아니면 모든 노력이 단순한 주가 부양을 통한 차익 시현 목적의 ‘한탕주의’로 폄하될지는 성과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