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다툼, 우크라이나로 무대 옮겨...군사기술·곡물 놓고 신경전

입력 2019-08-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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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도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키예프/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 무대가 의외의 나라로 옮겨갔다. 바로 러시아가 침공한 친미국가 우크라이나다. 중국이 군사기술과 곡물 확보를 노리고 우크라이나에 접근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회담에서 볼턴 보좌관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 유럽과의 통합을 미국이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이 추진 중인 우크라이나 헬기 엔진 제조사인 모토르시치 인수를 저지하려는 속셈이 있다고 보여진다.

모토르시치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고객이었던 러시아를 잃고 경영난에 빠졌다. 이에 중국 베이징 스카이리존이 모토르시치 지분 50%를 확보하려고 1억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리존의 소유주인 왕징 회장은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인물이다. 스카이리존의 모토르시치 투자 건은 우크라이나의 독점금지법위원회가 현재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은 자국 기업이 인수할 수 있도록 정부 기관까지 동원할 태세다.

볼턴 보좌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우크라이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우크라이나) 일부 거래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방위 관련 기술을 잠재적인 적의 손에 넘겨선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스카이리존은 우크라이나의 포로셴코 전 정권 시절인 2017년에 모토르시치 주식 취득에 합의했으나, 우크라이나 최고재판소가 안보 상의 우려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과 일본의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강한 입김이 있었다. 스카이리존의 모토르시치 인수는 중국의 군사 기술 증강으로 이어져 미일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옛 소련 시절부터 우크라이나가 강점을 가진 군사기술에 눈독을 들였다. 중국 최초 항공모함인 ‘랴오닝’은 중국이 1990년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 ‘바랴크’를 개조한 것이다. 스카이리존은 세계 최대 수송기를 개발하는 우크라이나 안토노프의 기술을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은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를 ‘일대일로’ 구상의 요충지로 자리매김시키며 접근해왔다. 2017년 말 ‘중국-우크라이나 정부위원회’를 4년 만에 재개, 70억 달러 규모의 공동 사업을 전개할 방침을 나타내고, 항만과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군사 기술과 함께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전략적으로 더 중요해졌다. 미국산이 많았던 중국의 옥수수 수입의 80%는 이미 우크라이나산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서의 수입에 의존해온 콩도 우크라이나가 대량 증산하면서 대체 조달처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자신의 ‘세력권’이라고 주장하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중국의 세력 확대를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보다는 차라리 중국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을 견제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합동군사훈련을 반복하고, 무기공동개발 계획을 밝히는 등 군사적으로도 밀접하다. 스카이리존의 왕징 회장은 푸틴 정권과도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신문은 볼턴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러시아를 의식했다기보다는 중국 봉쇄에 주력하는 미국의 전략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 지정학적 복잡성이 더욱 증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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