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국치(國恥) ①

입력 2019-08-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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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오늘은 1910년 8월 29일에 일제에 나라를 강탈당한 지 109주년이 되는 날이다. 나라가 큰 부끄러움을 당한 날이라는 뜻에서 ‘부끄러울 치(恥)’를 써서 ‘국치일(國恥日)’이라고 한다. 경술년에 당한 일이므로 ‘경술국치(庚戌國恥)’라는 말도 쓴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어전회의는 창덕궁의 흥복헌(興福軒:왕의 침실인 대조전에 붙은 대청건물)에서 1910년 8월 22일 13시에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한·일 합병을 결정하였고, 그날 16시에 이완용과 데라우치 통감은 남산의 통감관저에서 한·일 강제합병조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그달 29일, 순종황제는 인정전에서 대한제국을 일본에 양여(讓與:넘겨 줌)한다는 조칙을 내렸다. 이로써 1906년(광무10)에 일제가 한국을 병탄할 목적으로 설치한 감독기관으로서의 통감부는 통치기관인 총독부로 바뀌게 되었고, 다음 날인 8월 30일 조선총독부 관보 제1호에 강제병탄 사실을 게재하였다.

국치(國恥)! 나라를 통째로 빼앗긴 부끄러운 날이다. 1945년 8월 15일, 마침내 우리 민족의 빛을 되찾는 광복(光復)을 함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부끄러운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하였고 지금도 치유를 계속하고 있다. 광복은 되었으나 완전한 광복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치유의 길이 멀다. 남북이 통일되어야 비로소 광복이 완성된다. 그런데 광복을 광복이라고 부르지 않고 해방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풀을 해(解)’와 ‘놓을 방(放)’을 쓰는 ‘해방(解放)’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한 우리는 국치를 치유할 수 없다. 해방은 일본이 우리를 ‘풀어놓아 주었다’는 뜻이므로 일본에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일본에 감사하면서 어떻게 국치를 치유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요즈음 일본에 감사하자는 말을 서슴없이 해대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국치일을 맞아 제발 부끄러움을 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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