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원화 환율이 크게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에 따른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 가능성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탓이다. 26일 국내 증시의 코스피지수는 31.99포인트(1.64%) 내린 1916.31로 마감, 1900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코스닥은 26.07포인트(4.28%) 떨어진 528.91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내다팔았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17.8원으로 7.2원, 원·엔 환율은 100엔당 1156.56원으로 20.91원이나 치솟았다. 국제 금융시장의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잇따라 터져나오는 글로벌 악재들로 금융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은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지난 주말 중국이 750억 달러어치의 미국 제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키로 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중국산 제품에 5%의 추가관세를 매기겠다고 반격했다. 현재 2500억 달러에 부과되고 있는 25%의 관세는 10월부터 30%로, 3000억 달러에 9월 1일부터 예정됐던 10%의 관세율은 15%로 인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적(敵)으로 표현하면서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고까지 말했다. 미·중 대립은 더욱 심화할 공산이 크다.
글로벌 경제의 심각한 리스크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한국을 배제한 조치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수출규제 품목이 늘어날 경우 우리 산업과 수출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도 26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대외 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나빠져 하방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 금융시장은 외부 충격을 완충할 충분한 복원력과 정책 여력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 외환보유액이 4030억 달러(6월 말 기준), 순대외채권은 4711억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무디스와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도 안정적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단기 충격일지라도 환율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국내에 투자된 해외자금 유출의 우려가 크고 주가 및 채권값, 원화가치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금융시장의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의 혼란은 실물경제의 위기를 부른다. 이미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제적인 시장안정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