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경제] ‘파티 덕후’ 김경태 씨…"1000명 규모 파티로 동양계 유학생 인싸 만들었죠"

입력 2019-08-23 16:09수정 2019-08-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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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덕후' 김경태 씨는 생각보다 단정했다. 180cm 넘는 키에 깔끔한 복장 때문일까. 파티 덕후라는 선입견은 저멀리 날아갔다. (홍인석 기자 mystic@)

‘철부지 유학생’의 이미지는 10분 만에 사라졌다. '노는 것을 좋아하면 가벼운 사람'이란 생각은 편견에 불과했다. 클럽 파티를 왜 기획했는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말할 때는 두 눈에 자신감과 열정이 가득했다. ‘파티덕후’ 김경태(29) 씨 얘기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 다니는 김 씨는 일리노이주 어버너-섐페인에서 유명 인사다. 주변에서 그를 모르는 동양인 유학생이 없을 정도. 그와 동료들이 기획한 파티만 3년간 약 20회다. 한 번 열 때마다 적게는 300명, 많게는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린다. 입장료 매출도 한 번에 2000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김 씨가 속한 파티팀. 맨 오른쪽 아래가 김 씨다. (사진제공=김경태 씨)

이 일이 화제가 돼 그의 파티팀은 교내 신문에도 실렸다. 일리노이 대학교는 2015년 미국 CNN이 선정한 '파티가 가장 유명한 학교(top party school)'로 선정된 곳에서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 이름을 남겼다.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파티를 기획할 정도라면 그의 ‘끼’는 보통이 아닐 터다. 그는 이를 두고 “가족 내력”이라고 했다. 김 씨는 "어릴 때 아버지가 버스를 대관해 친구ㆍ친척들을 데리고 고향섬으로 종종 내려갔다. 마을 사람들도 불러 모아 잔치를 열면 100명이 모일 때도 있었다. 해변가 옆에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고 고기를 구우며 다 같이 논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테드킴'이란 예명으로 활동했다. 그는 'ISLAND'라는 음반이 주요 작품이다. (출처=네이버 인물정보 캡처)

어린 시절부터 잠재돼 있던 끼는 우연찮은 기회로 발현됐다. 뉴욕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김 씨는 당시 동문인 래퍼 윤비(YunB)의 초청을 받았다. 윤비는 자신의 집에 스튜디오를 마련했다고 그를 불렀다. 그곳에서 밤새 음악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김 씨. 이를 계기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김 씨는 “부모님께 1년만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 뒤에 대학교에 가기로 약속했다. 이후 ‘레트루아’라는 팀에 합류해 음반을 발표하고 공연을 하고 방송에도 출연했다. 해보고 싶은 것을 해 본 뒤에 약속대로 학업에 복귀했다”라고 설명했다.

▲김경태(오른쪽) 씨가 그와 그의 팀이 기획한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김경태 씨)

대학교에서 그는 재능을 살려 ‘파티 기획자’로 변신했다. 한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파티팀에 들어가 판을 키웠다. 김 씨는 “기존에 있던 팀에 합류해서 중국 시장을 개척했다.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 유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파티를 기획해 함께 즐기는 문화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과 노는 것이 좋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김 씨가 주도적으로 파티를 기획한 것은 ‘동양인 유학생’의 고충을 해결해주기 위한 일이기도 했다. 일리노이 대학교 외에도 주변에 있는 3~4개의 대학교에 버스를 보내 동양인 유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김 씨는 “동양인 유학생들이 소외된 경우가 많았다. 인종차별 당하는 일도 흔한 데다, 영어를 잘 못하는 동양인 유학생도 있다"라며 "우리가 중심이 돼 동양인이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동양인이 함께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파티였다”라고 파티의 의미를 말했다.

▲유명 DJ를 초청해 기획한 파티가 클럽 안을 가득 채웠다. (사진제공=김경태 씨)

의도는 좋다지만, 파티 문화라는 게 다소 퇴폐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김 씨는 “미국은 놀다가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나거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친구들과 파티 자체를 즐긴다. 하지만 한국은 노골적으로 이성을 만나러 클럽이나 파티를 찾는 경우가 많고, 놀기보다는 이성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버닝썬 사건처럼 범죄까지 발생한 것이 아니겠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미국은 스스럼없이 놀지만 마약이 흔해서 남이 주는 술에 민감하다. 반면, 한국은 술을 잘 받아먹는다는 문화적 차이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김 씨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 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홍인석 기자 mystic@)

현재 대학교에서 조직산업심리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김 씨는 꿈마저도 파티 같았다. 그는 "모두가 축제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가정환경이나 건강상태, 성격을 떠나 축제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꿈이고 이를 위한 창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내가 운영할 회사를 '출근하기 즐거운 회사'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나아가 정교한 복지 시스템을 갖춘 사회를 이룩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라며 "아직 그 회사가 무엇인지 정하지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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