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무역갈등 등 대외불안으로 하락장이 이어진 7·8월 공매도 거래가 늘면서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기업 수도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매도 거래의 타깃이 된 일부 기업은 주주들에게 주식대여금지를 요청하고, 불법 공매도 조사를 의뢰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부터 이날까지 공매도 과열종목에 지정된 기업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합쳐 135개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81개사)에 비해 66%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동시에 급락했던 5일에는 공매도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20개 기업이 한꺼번에 과열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공매도 과열종목은 전일 종가 대비 주가가 5% 이상 하락하고, 당일 공매도 비중이 18%(코스닥 12%) 이상 증가한 기업에 대해 다음 거래일 동안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다. 다만 공매도 거래대금이 직전 40거래일 평균보다 일정 수준(코스피 5배, 코스닥 6배) 이상 늘어나면 해당 요건으로만으로도 과열종목 지정이 가능하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코스피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 키움증권, 더존비즈온, 한미사이언스, LS전선아시아, 휠라코리아 등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한미사이언스와 휠라코리아는 7월부터 현재까지 공매도 매매비중이 각각 24.87%, 19.37%로 코스피 공매도 상위 종목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선 엔지켐생명과학, 덕산네오룩스, 오스템임플란트, 셀트리온헬스케어, 엑세스바이오, 헬릭스미스 등이 포함됐다. 특히 바이오 기업의 공매도 거래 비중 증가가 두드러졌다. 헬릭스미스는 이 기간 공매도 거래 비중이 19%에 달했고, 휴젤(15.46%), 메디톡스(11.54%), 셀트리온헬스케어(9.62%)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주가 급락 속에 공매도 거래마저 급증하면서 상장사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과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대내외 증시여건에 공매도가 더해지면서 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부품 기업 에스모는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매도와 대차잔고 비율이 늘어나면서 주가 하락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불법 공매도 조사를 정식으로 의뢰했다”고 밝혔다. 기업용 UI 플랫폼 전문기업 투비소프트 역시 지난달 31일 주주들에게 주식대여금지를 당부했다.
공매도의 주 타깃이 된 바이오업계는 협회 차원에서 공매도 금지법안 발의를 요청했다. 임종윤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은 8일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매도 세력 기승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주가 하락과 불안감 고조의 주범”이라며 “공매도 금지법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