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12년 만에 CB 발행 왜?

입력 2019-07-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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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8134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선다.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투자로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CB 발행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유럽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6878만 달러(8134억여 원) 규모로 CB를 사모 발행키로 했다. 전환가액은 1만9845원으로 결정됐으며 표면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1.5%다. 납입일은 8월 22일, 전환청구 기간은 2020년 8월 23일부터 2024년 8월 12일이다. 전환가액을 기준으로 전액 주식 전환될 경우 현재 발행 주식 수의 10.28%에 해당하는 4098만8998주의 신주가 발행된다.

LG디스플레이가 CB 발행에 나선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앞선 23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CB 발행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지만 여러 각도에서 보고 있고, 검토하는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CB 발행을 결정지은 것은 향후 실적 개선이 녹록지 않을 것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도 보인다. 회사 측 역시 CB 발행 이유로 “대외 불확실성 대비를 위한 예비 운영자금의 사전확보 목적”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까지 이익 누적에 따른 자기자본 확충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을 통한 투자 부담 충당으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업황 악화가 지속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위축과 중국의 저가 공세 속에 매출 비중이 높은 LCD 부문의 수익창출력이 약화하면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92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년도 2조4616억 원에서 96.2% 급감한 어닝쇼크였다. 올해 상황은 더 악화되면서 상반기에만 500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간으로는 6000억~70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OLED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을 위한 투자지출 확대로 현금흐름을 비롯해 재무안정성도 악화했다. 작년 말 8.6조 원의 총차입금은 올해 6월 말 기준 11.4조 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2017년 94.6%에서 지난해 122.9%, 상반기 141.7%로 늘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인 데다 내년에도 4조 원가량의 설비투자가 집행돼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AA’였던 신용등급은 ‘AA-’로 강등됐고 주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점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런 악조건 속에 주가 희석 우려가 있지만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 부담을 덜 수 있는 해외 발행 CB를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실적이 회복돼 주가가 오르면 주가 희석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자본금으로 확충된다는 점과 낮은 금리, 발행 규모 등을 고려해서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고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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