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자산 비중이 높은 상장사 대부분이 지배구조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주주환원이나 투자활동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필요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2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지배구조원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점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551곳의 총 자산 대비 평균 현금비중은 7.33%(1분기 기준)다. 이중 비교적 높은 현금비중(10%)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총 96개사로 조사됐다.
그러나 네이버, 유수홀딩스, LS산전 세 곳을 제외하면 이들 모두 ESG 평가에서 저조한 등급(B 이하)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SG 평가는 기업의 주주권리보호, 배당, 감사위원회, 공정거래, 환경성과 등을 고려해 등급(A+, A, B+, B 이하)을 산정한다.
전체 자산 절반이 현금인 곳도 있었다. B 이하 등급을 받은 기업 중 현금자산 비중이 높은 곳은 우리들휴브레인이 47.20%(1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았고, 써니전자(40.40%), 경인전자(40.18%), 동아지질(32.37%), 미래아이앤지(32.28%), 인천도시가스(29.64%), 세우글로벌(28.66%), 광명전기(27.92%), 한미글로벌(26.04%) 등이 뒤를 이었다.
송은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일수록 유입된 현금을 영업활동에 재투자하지 않고 금융이나 부동산 등 비영업자산 취득에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기업지배구조 관점에서 기업의 잉여현금은 경영자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들은 배당이나 투자활동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으로 기업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년 간 배당을 아예 실시하지 않은 곳은 우리들휴브레인, 써니전자 등 총 11개사다. 동시에 투자활동 현금흐름에서도 유출이 전혀 없는 곳도 미래아이앤지, 엔케이물산, 웰바이오텍, 한미글로벌, 부광약품 등 11개사로 집계됐다.
반면 A 이상을 받은 상장사 중에는 네이버(30.47%), 유수홀딩스(19.88%), LS산전(16.80%), 현대건설(14.75%), 화승알앤에이(14.61%), LG하우시스(13.77%), 아모레퍼시픽(12.93%) 등이 비교적 현금자산 비중이 높았지만, B 등급 이하를 받은 곳들과 비교하면 확연히 적었다.
송 연구원은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자본배분 정책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현금을 필요 이상으로 과잉 보유하여 자본수익률을 저하시키거나, 경영진이 비효율적인 투자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지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