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두자릿수 증가...수익성ㆍ건전성은 악화
국내 시중은행들이 몸집은 더 커진 반면 체질은 더 허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각 은행들이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분석해 본 결과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은행 등 주요시중은행의 자산 규모는 모두 증가했지만, 수익성과 건전성은 대부분 악화됐다.
◆대출 통한 '몸집불리기' 경쟁 확대
6월 말 현재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총자산이 25조9000억원(11.1%) 늘어난 258조원을 나타냈고, 우리은행도 17조원(7.7%) 늘어난 236조원을 기록했으며, 신한은행도 21조2000억원(10.0%) 증가한 232조3000억원을 나타냈다.
또 하나은행도 147조5000억원으로 18조5000억원(14.3%)이나 급증했고, 기업은행도 11조1000억원(8.9%) 늘어나 135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은행들이 대출 확대를 통한 '몸집불리기'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가계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수익성과 건전성은 대부분 크게 후퇴했다.
우선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신한은행이 0.90%로 지난해 말에 비해 0.27%p 하락했고, 국민은행도 1.10%로 0.24%p 떨어졌다. 우리은행도 0.9%에서 0.8%로 0.1%p 하락했으며, 하나은행과 기업은행도 각각 0.10%p, 0.06%p 하락한 0.81%, 0.97%를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18.23%에서 15.86%로 하락했으며 신한은행도 18.23%에서 15.62%로 추락했다. 우리은행도 14.7%에서 14.1%로 소폭 하락했으며, 하나은행과 기업은행도 각각 13.49%, 17.92%에서 0.24%p, 0.38%p 떨어졌다.
반면 건전성을 나타내는 연체율은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0.64%에서 0.67%로 상승했으며, 하나은행도 0.64%에서 0.71%로, 기업은행도 0.56%에서 0.60%로 악화됐다. 다만 우리은행이 0.69%에서 0.55%로 크게 개선됐으며, 국민은행도 0.57%에서 0.55%로 다소 개선됐다.
◆수익성 악화...'비상경영' 지속 전망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것은 순이자마진(NIM)의 끝없는 추락이다.
국민은행이 2.98%로 지난해 말 3.39%에 비해 0.41%p 떨어졌고 신한은행도 2.26%에서 2.10%로 0.16%p 하락했다. 하나은행도 2.31%에서 2.05%로 악화됐다. 다만 기업은행만이 0.01%p 개선되어 2.54% 수준를 유지했다.
이처럼 NIM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은행권의 대출경쟁이 가열되면서 고금리의 은행채 발행 증가로 인해 자금조달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고수익 정기예금과 특판예금 등이 늘어나면서 저금리성 예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수익성 악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이에 대해 금융연구원 구본성 박사는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적인 여건이 악화되면서 은행의 수익성 약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된 바 있다"면서 "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 은행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특히 국내 경기둔화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서 은행들이 리스크관리 중심의 보수적인 경영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순이자마진(NIM)의 하락은 조달금리의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은행의 경영 환경이 나아지면 충분이 개선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내수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인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은행권이 수익성 개선과 건전성 관리를 통해 치열한 생존경쟁이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영수 기자 cys@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