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신보 통폐합 당위성 빈약...독자 생존론 부상
공기업 개혁에 있어 속도 조절을 할 것 같았던 정부가 다시 고삐를 죄면서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를 비롯한 노동계가 정부가 금융공기업 개혁을 다시 강행할 것을 대비해 총파업을 비롯한 강경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이명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기업 개혁 등 개혁 정책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바로 전날까지 금융공기업 민영화 및 통폐합이 당초 정부 계획보다 늦춰질 것으로 전망한 것과는 사뭇 다른 발언이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지난 30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가 당선된 것과, 부시 미 대통령이 '독도 표기를 원상 회복시키겠다'고 밝힌 데 대해 크게 고무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울러 그동안 정부를 압박했던 '촛불 민심'도 상당히 꺾인 것으로 보고, 지금이 공기업 민영화 및 통폐합에 박차를 가할 적기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 변화에 노동계는 잔뜩 긴장하며 위기의식이 고조된 상태다. 특히 통폐합 위기에 몰린 기술보증기금은 강력 저항할 태세다.
기술보증기금 노조는 31일 오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술보증기금지부 상임간부와 대의원 등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술보증기금 통합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통폐합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금융위원회를 강력 비판했다.
윤형근 기술보증기금지부 위원장은 "기보는 2005년 유동성 위기 이후 경영효율화를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 왔으며, 그 결과 기술금융지원기관으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통폐합의 근거로 주장하는 중복보증비율은 2005년 52.9%에서 지난 6월 14.3%로 급감했다"며 "특히 신규 중복보증비율은 2%대에 불과해 정부의 통폐합 논리는 더 이상 실리도 명분도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정부가 국정과제인 기술금융 활성화를 꾀한다면, 보증기관의 통합이 아니라 양기금의 특화 및 전문화를 통해 기술금융을 활성화하고 세계 유일의 기술금융 인프라인 기보를 기술금융종합지원기관으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 문명순 수석부위원장도 "기술보증기금은 기술력은 있으나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벤처기업, 신기술사업자를 지원하고 기술혁신역량을 강화하는 등 기술강국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며 "명분도 실리도 찾을 수 없는 기보와 신보의 통폐합 논의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금융노조를 비롯한 노동계가 금융공기업 민영화와 통폐합에 대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정부가 어떤 논리와 비전으로 대안을 제시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술보증기금 노조가 지난달 31일 오후 금융위원회 앞에서 노조원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보-신보 통합 반대'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