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앞날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대비 태세에 돌입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 중앙은행은 4일(현지시간) 약 3년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인도 중앙은행도 6일 정례회의에서 금융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등 각국 금융당국이 저성장과 인플레 반전을 위해 경기 부양 모드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도 4일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 연설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 “미국의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탄탄한 고용시장과 목표치 2% 안팎의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통화 정책 변경에 인내심을 갖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리세션(경기 침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향후 수개월 안에 적어도 0.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당국자들은 6일 정책 위원회에서 새로운 조건부 장기 재대출 프로그램(TLTRO)에 대해 유로존의 은행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할 전망이다.
이번 주말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화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백악관 당국자이자 현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 부사장인 매튜 굿맨은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분위기는 이전의 G20 회의 때보다 눈에 띄게 어두워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주요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에는 새로운 부양책을 요구하는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WB)은 무역이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성장에 머물고 있다며 4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중앙은행들의 대응 여력이다. 각국 금융 당국자들은 금융 정책이 예전만큼의 효력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총 700여 차례 금리를 인하하고, 총 12조 달러 상당의 금융 자산을 사들였다. 향후 더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쓸 수 있는 실탄이 여유롭지 않다는 이야기다.
미 금융 당국 역시 현재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유도 목표치를 2.25~2.5%로 낮춘 상태여서 제로(0)까지 금리를 인하할 여지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지난번 경기 침체 당시 연준은 총 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ECB와 일본은행(BOJ)은 현재도 기준 금리가 0% 이하여서 금리 인하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가장 큰 딜레마에 휩싸일 것으로 봤다. 5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한 데다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인 리세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HSBC홀딩스의 프레드릭 뉴먼 아시아 경제 리서치 공동 책임자는 “경제 지표가 적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G20 전반에서 보다 광범위한 정책 공조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당국자들은 국가 경제의 완충재가 얇아졌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