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시내면세점 6곳을 새로 허용하면서 면세사업권을 남발하자 “정체된 시장에 경쟁자만 늘어나는 꼴”이라며 면세 업계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소비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서울 1개, 인천 3개, 광주 1개 등 대기업 시내 면세점 특허 5개를 추가 발급하고, 시내면세점이 없는 충남에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특허 1개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전국 시내면세점은 총 26개가 되며 이 가운데 서울에만 16개가 몰리게 된다. 여기에다 이달 말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까지 개장이 예정돼 있어 면세 시장의 과열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면세 사업은 상품을 사들여 되파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의 경쟁력은 ‘상품 구성’과 각종 ‘할인 혜택’에서 나온다. 관광객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유치해 경쟁 면세점보다 얼마나 저렴하게 파느냐가 면세점의 경쟁력이다. 운영하는 면세점이 많을수록 바잉파워가 높아져 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면세 시장에서 매출의 상당 부분은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에서 나오는데 그들이 주로 사는 상품은 명품과 화장품”이라며 “똑같은 상품도 면세점 매출이나 규모에 따라 공급되는 상품의 총량이 달라지는데 면세점을 추가로 운영하게 되면 따이궁에게 인기 있는 상품을 더 저렴하게, 더 많이 들여놓을 수 있게 되니까 그런 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런 장점이 있다고 해도, 면세점 하나 운영할 때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한데 이를 감수할 곳이 더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관광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면세점만 늘어나면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가 지난해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535만 명으로 전년 대비 15.1% 늘었다고 하는데 2017년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관광객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해다. 기저효과에 따른 성장일 뿐 평년대비 관광객이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면세점 실적 증가는 따이궁 매출 증가 때문이지 관광객 수가 개선된 것이 아닌데 시내 면세점을 늘리면 시장 플레이어만 늘어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는 대기업은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갤러리아가 면세 사업권을 반납하고 손을 턴 상황에서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기업이 신규로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기존 면세점 빅3(롯데ㆍ신라ㆍ신세계)가 신규 사업을 나눠갖게 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빅3에 대한 매출의존도만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면세점 매출의 90%가량이 빅3 면세점에서 나온다.
빅3 외에 지난해 면세 사업을 시작한 현대백화점이 서울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운영할 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올해 1분기 236억 원의 적자를 낸 만큼 입찰 참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측은 “관세청 공고가 나면 검토 후 입찰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충남지역 면세 사업권이 부여된 중소·중견 업계도 면세점 확대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중소·중견업계 면세점 관계자는 “충청권 관광객, 공항 수요 등을 고려해봤을 때 이점이 없을 것 같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지방이 아니라 서울에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준다고 해도 경쟁만 더 치열해질 뿐이고, 여러 제반 사항 고려할 때 입찰 참여 업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동화면세점, SM면세점 등 중소·중견 면세점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면세점이 늘어나면 경쟁이 활발해지고 할인 정책도 많아져 좋을 수 있겠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관광 시장의 파이만 나눠야 할뿐”이라며 “현재도 서울에만 시내면세점이 13개인데 업계에서는 롯데 3개, 신라·워커힐·동화 각 1개씩 등 6개 정도 있던 때가 가장 적정했다고 볼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