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여파 탓에 경기 부양책 지속...부채 의존도 더 높아져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으로 경기 부양 정책을 이어온 중국 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2년여 전부터 ‘그림자금융’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그림자금융에 기대고 있던 일부 중국 기업들이 현금 부족에 시달렸고, 이는 회사채 디폴트로 이어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 총재는 부채 단속이 기업에 악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미중 무역협상이 고비를 넘어 타결에 다가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경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 중국 정부는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림자금융에 대한 단속을 완화하는 등 중앙 및 지방 재정 지출을 늘렸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자금은 올 1~3월에 집중적으로 투자됐다. 맥쿼리그룹의 래리 후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입안자들이 ‘패닉 모드’로 들어가 2조~3조 위안(약 343조7600억~515조6400억 원)을 퍼부었다”며 “중국 정부가 지난 1분기 철도와 고속도로, 기타 대중교통 프로젝트에 쓴 돈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 폭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이 기간 은행 대출과 회사채를 포함한 부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늘었다. 무디스는 지방정부가 1분기에만 대출 한도의 40%를 써버려 남은 한도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중국 경제는 이런 공격적인 부양 정책에 힘입어 1분기 경제성장률 6.4%를 기록했다. WSJ는 지난해 말과 같은 속도로, 이는 경제가 안정화됐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연초에 부진했던 산업생산도 3월 들어서는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제 중국이 가진 ‘실탄’이 다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수는 줄어드는 반면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도 쌓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올해 재정적자 목표 수준은 국내총생산(GDP)의 2.8% 수준인데, 일각에선 부채 수준이 이미 이를 뛰어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경제 지표들도 이미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1로 집계됐다. 예상을 하회한 데다 3월의 50.5에서 예상치 못하게 하락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밑돌면 경기 위축 국면을 의미한다.
WSJ는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단기 성장 이슈와 장기적 구조 개혁 이슈가 충돌하면 언제나 전자가 우선돼왔다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 인상 위협을 가한 뒤 중국 중앙은행은 은행 대출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회사 대출을 늘려 안정을 꾀한다는 명목이다. 중국의 금융 및 비즈니스 업계는 이를 추가적 경기부양 사인으로 받아들였다.
노무라는 투자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이 최근 중국 경제에 나타난 긍정적 변화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갑작스런 무역 긴장감 고조와 주식 투매 현상이 중국 정부로 하여금 추가적 완화 조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맥쿼리의 후 이코노미스트는 “짧은 경제 안정화 이후 추가적인 경제 둔화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 하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이 금방 효과를 봤지만, 그만큼 금세 지나가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