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설마, 說麽(嗎)?

입력 2019-05-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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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나라를 이끈다는 정치인들이 거짓말과 억지 시비 다툼을 일삼다 보니 국민들도 거짓말과 억지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서 “그래, 나도 거짓말도 좀 하고 억지도 좀 써보자” 하는 심사가 마구 터져 나오는 것 같다. “저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결연히 말했던 가수가 불과 며칠 만에 마약 투약을 시인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배우 장자연 씨 사건의 유일한 증인이라며 진실을 말하겠다던 사람의 그 ‘진실’이 오히려 거짓일 수도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행태와 상황을 보는 국민들은 그저 어리둥절하고 허탈할 수밖에 없다. ‘다들 저렇게 뻔뻔하게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도덕불감증 속으로 빠져들다 보니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일도 발생하고 층간소음을 두고 칼부림을 벌이는 일도 벌어졌다. 북핵문제 협상은 교착상태이고, 정당의 당파싸움은 도를 넘은 지 오래이며, 경제는 어렵고,… ‘설마, 설마’ 하다가 정말 우리나라가 잘못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순우리말로 알려진 ‘설마’를 국어사전은 “그럴 리는 없겠지만”이라고 풀이하면서 “부정적인 추측을 강조할 때 쓴다”는 설명을 붙이고 있다. 필자는 좀 엉뚱하지만 ‘설마’가 중국어에 바탕을 둔 한자어 ‘說麽(嗎)’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說은 ‘말하다’는 뜻이고 麽나 嗎는 다 의문조사로 쓰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說麽(嗎)?’는 ‘말했니?’, ‘그렇게 말했어?’라는 의미이다. 오늘날 젊은 층에서 많이 사용하는 ‘really?’, ‘정말?’, ‘진짜?’에 해당하는 의미로 쓸 수 있는 말이다. 설마는 거짓과 의심과 의문이 많은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애써 불안을 달래고자 할 때 쓰는 말이다. 오늘도 우리는 말한다. “설마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어?”라고.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우리를 여전히 불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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