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잔고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테더(Tether·USDT) 코인의 거래를 2년 가까이 지원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테더 코인은 미국 검찰총장이 직접 나설만큼 위험성이 큰 코인이다.
2일 업비트는 테더와 관련한 잔고 부족에 대해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공식 채널을 통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테더는 테더사가 달러 보유고 만큼 발행해 1테더가 1달러의 가치를 유치하도록 만든 코인이다. 특정 가치의 시세를 고정한 가상화폐를 '스테이블(Stable) 코인'이라고 부른다. 테더는 신뢰할 만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지 않아 발행량만큼의 달러 잔고가 부족할 것이란 의혹이 수년간 이어져 왔다. 예컨대 테더재단의 달러 보유고가 테더 발행량보다 적다면,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 테더를 보유한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최근 테더사 스튜어트 호그너(Stuart Hoegner) 법률 고문은 "테더는 USDT 발행량의 74%를 현금 및 현금 등가물(단기증권)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해당 규모는 21억 달러"라고 밝혔다.
테더의 총 발행량은 28억 달러(코인마켓캡 기준)이다. 보유해야하는 현금이 약 7억 달러나 부족한 것이다. 부족한 담보 가치는 최근 미국 검찰 측이 테더사의 관계사인 비트파이넥스의 손실에 테더가 사용됐다고 밝힌 것과 비슷한 규모다.
앞서 레티샤 제임스(Letitia James) 뉴욕 검찰총장은 "비트파이넥스 거래소가 테더 준비금을 사용해 약 8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은폐했다"고 공식 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테더는 투자자들에게 완전한 달러 보유고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왔다"며 "투자자 기만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관련 자료의 삭제·수정을 금지하는 법원 명령을 발효한다"고 덧붙였다.
비트파이넥스는 테더 재단과 관계사로 알려진 가상화폐 거래소다. 테더 보유자들이 모두 테더의 현금화를 하려는 '뱅크런(대량인출사태)'가 발생할 때, 이를 모두 지급할 수 없는 셈이다.
국내 주요 4대 거래소 중 업비트는 2017년 서비스 출범 초기부터 유일하게 테더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업비트는 18개월 간 거래를 지원하면서도 입·출금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업계에선 온전한 거래가 되기 위해선 입·출금 기능이 지원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입·출금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이 부족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업비트 스스로도 테더 잔고 의혹을 명확히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엄격히 말해 부실상장인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비트는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달러 환율과의 연계성 등 각 스테이블 코인의 특수성을 고려해 입출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은 지난해 11월 상장한 스테이블 코인 'USD코인(USDC)'의 입출금을 지원하고 있다. 업비트가 2년 가깝게 입출금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더 잔고 부족 의혹이 수 년간 지속돼 왔고, 미국 검찰까지 나서 의혹 제기를 한 만큼 투자자들은 주의해야할 것"이라며 "업비트도 상장 폐지를 할 지, 입출금을 지원할 지 분명한 선택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