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트] 손수 운전대 잡는 은행장...“우리 조직이 달라졌어요”

입력 2019-05-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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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행장, 저녁 약속 때 직접 운전하기도...수행비서 없이 일정 관리

젊은 행장들이 속속 취임하며 은행 CEO의 연령대가 50대로 낮아졌다. 조직 문화도 덩달아 영(young)하게 바뀌고 있다. 수평적 문화가 확산되면서 권위를 내려놓고 발로 뛰는 조직으로 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재임 동안 별도의 수행비서를 두지 않고 본인의 일정을 관리하고 챙기기로 했다. 차량 운전기사도 1명만 둔다.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기사가 퇴근할 경우 저녁 미팅을 갈 때 진 행장이 직접 운전을 하기도 한다. SBJ(신한뱅크재팬)은행 법인장 시절부터 검소함과 소탈함이 몸에 뱄다는 평이다.

행장부터 권위와 불필요한 의전을 내려놓다 보니 임원들도 변했다. 하나은행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영업그룹 제외 부행장들의 업무용 차량 운전기사를 없앴다. 외부 미팅이 잡혀 필요시 신청하면 배차가 가능하다. 하나은행의 한 임원은 “외부 일정이 많지 않은 경우 종일 주차장에서 대기하게 돼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의 집무실 크기를 줄였다. 부행장 집무실은 비서실, 접견실, 개인 사무 공간으로 구성된 널찍한 공간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제 각 그룹에 애자일(agile) 조직의 특성이 녹아들면서 이 공간을 소규모 팀(cell)들에 내주기도 한다 국민은행의 한 부행장은 “소통이 중시되고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 세상”이라며 “비효율적인 공간을 줄이고 회의공간과 휴게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영업 환경이 마련되면서 특히 은행 디지털그룹을 가면 ‘은행이야 IT 회사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리은행 디지털그룹 사무실에서는 칸막이를 없애고 원형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고 일한다. 오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 ‘선착순 좌석 지정제’도 도입했다. 직급별로 일자로 앉는 수직적 자리 배치를 타파하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해지면서 보고나 회의 형태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워드 파일 보고서 양식에 맞춰 첨부자료를 끼워넣다 보면 수십 장이 넘어가기 일쑤였다. 우리은행의 디지털그룹 소속 과장은 “회의를 위한 회의를 없애자는 추세”라며 “‘PPT 없는 회의’, ‘원 페이퍼 보고’가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지점장도 법인차가 나왔던 시절이 있었다”며 “보수적이던 은행도 변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에 ‘발로 뛰는 임원’, ‘조직 업무효율성 극대화’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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