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때리기? 오해…기관투자자가 기업과 소통, 제대로 투자하자는 것
기업지배구조원에서 만난 조명현 기업지배구조원장(사진·54)은 스튜어드십코드의 출생과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조 원장은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제정과 도입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건강한 지배구조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그는 지배구조·M&A(인수합병) 부문 전문가다.
조 원장은 “스튜어드십코드는 신의성실의 의무를 기본으로 하는데 기관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맡긴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펀드매니저뿐 아니라 일반 직원, 운전기사까지 신의성실 의무에 대해 교육을 하는 등 고객의 돈을 자신들의 돈처럼 굴린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첫 도입됐다. 조 원장은 “당시에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국민연금의 도입 이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를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 약 90여 개 기관이 가입했는데 내년에는 2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28개 나라에서 도입하는 등 글로벌한 추세”라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스튜어드십코드가 대기업을 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오해가 있는데 본질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제대로 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지배구조개선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나타난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물러난 게 스튜어드십코드 힘이라고 하지만 국민연금은 올해도, 3년 전에도, 6년 전에도 연임에 반대했었고 지배구조원도 계속 반대권고를 해오던 상황”이라며 “이번에는 해외연기금들이 반대표를 던진 영향이 컸는데 스튜어드십코드와 상관없이 국민연금은 언제나 반대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뱉었다. 조 원장은 “국민의 돈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의사결정 시 굉장히 독립적이어야 한다”며 “그러나 국민연금의 최고운영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인데, 이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정치적으로 호도당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가 낸 돈을 국민연금이 어떻게 쓸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투자한 개별회사에 대한 의사결정을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수탁자전문위원회에 100% 맡겨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수탁전문위원회도 자본시장전문가로 구성해 정치색을 제외하고 수익성을 위주로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