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2개사 파산...항공사 무덤 된 인도

입력 2019-04-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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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인도이지만 항공산업은 예외다. 인도 2위 항공사인 제트항공이 당장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등 최근 20년 사이에 12개 항공사가 파산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제트항공은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18일부터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 격화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성장이 계속되는 인도 항공산업에서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인도 항공산업의 역사를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2003년 취항한 에어데칸은 인도 최초의 LCC였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2007년 킹피셔항공에 넘어갔다. 킹피셔항공도 한때는 인도 탑승객 수에서 최대였지만 흑자 한 번 못 내보고 2012년 파산했다.

2016년에는 남부 벵갈루루에 본사를 둔 에어페가수스가 운항을 중단했다. 앞서 2009년과 2010년에도 운항을 접는 항공사들이 줄을 이었다. 2007년 사하라항공(현 제트라이트)을 인수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제트항공도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인도의 항공산업은 1993년 민간에 개방됐다. 신규 참여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취항지도 늘었고, 공항이 증가하면서 탑승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인도의 항공 여객 수는 2017년까지 10년간 2.6배 증가, 연 2억 명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파산과 매각이 잇따르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인도 국내선의 제트연료에 대한 세금이 높다는 것이다. 인도는 제트연료에 약 10%의 소비세를 물리고 있다. 2018년 9월에는 인도 통화인 루피 가치가 하락하면서 인도 정부가 일부 제품 관세를 인상했는데, 이 때문에 제트연료도 수입 관세가 0%에서 5%가 되고, 여기에 유가 강세까지 겹치면서 항공사에 큰 부담을 줬다.

취약한 인프라도 문제다. 활주로와 터미널 등의 부족으로 인해 비행기가 정체, 지연되는 일이 다반사다. 상공이나 공항에서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불필요하게 연료를 낭비하게 되고 그만큼 인건비도 불어난다. 시장이 커져도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보니 경영이 악화해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파산으로 이어진다.

은행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제트항공의 경우,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있지만, 은행단이 출자자가 결정되기까지의 자금을 융통해주지 않고 있다. 제트항공 채권단은 18일 성명에서 “입찰이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840억 루피(약 1조3918억 원)의 부채까지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선뜻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

신문은 경영난에 빠지는 항공사에 경영 상 문제가 있는 건 당연하지만 인도 정부의 대응과 채권단인 은행의 태도에서 항공산업을 키우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며 그것이 바뀌지 않는 한 ‘수익 없는 시장 확대’라는 부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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