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반도체 쇼크에 이은 생산·투자·소비의 대폭 감소로 더욱 암울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수출은 이미 작년 12월부터 4개월째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도 뚜렷해지고 있어 올해 경제위기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 산업 생산지수가 1월보다 1.9%, 설비투자는 10.4% 줄었다. 각각 5년 11개월, 5년 3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소매판매액 또한 0.5% 뒷걸음쳤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재고는 늘고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는 불황기 현상이 완연하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겨우 71.2%에 그쳤다. 현재와 미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달보다 0.4포인트 낮아져 11개월째 하락했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포인트 떨어져 9개월째 마이너스다. 두 지표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1970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실적이 시장 기대수준을 훨씬 밑돌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도체의 세계 수요감소와 함께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탓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D램 반도체의 3월 고정가격(DDR4 8Gb 기준)은 4.46달러로 작년 9월 8.19달러 이후 반년 만에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줄곧 증가했던 반도체 수출이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8.4%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감소폭은 올해 1월 -23.3%, 2월 -24.8%, 3월 1∼20일까지 -25.0%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21% 수준이었다. 반도체 부진이 전체 수출에 직격탄을 안기는 구조다. 한국 수출은 작년 12월 -1.3%, 1월 -5.8%, 2월 -11.1%에 이어, 3월 1∼20일 -4.9%의 감소세를 보였다. 문제는 반도체 시황 회복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디램익스체인지는 2분기에도 D램 가격이 20%, 3분기 10%가량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야말로 경제의 비상한 위기다. 정부 예측과도 완전히 빗나갔다. 불과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주요 산업활동 및 경제심리 관련 지표들이 개선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월 초 설 명절 수요가 앞당겨져 1월 생산·소비·투자가 반짝 반등하자 낙관론을 폈지만, ‘착시(錯視)’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최근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되면서 ‘R(경기침체) 공포’까지 커지고 있다. 어디에도 희망적인 신호는 보이지 않고, 정부는 속수무책인 것 같다. 또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적 응급처방에 불과하다. 무너지고 있는 경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