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요즈음 모 방송사에서는 드라마 ‘해치’를 방영하고 있다. 해치는 ‘해치’라고 쓰며 각 글자는 ‘짐승이름 해’, ‘발 없는 벌레 치’라고 훈독하는데 ‘시비와 선악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상상의 동물’을 이르는 말이 곧 해치이다. 광화문 앞에 조각상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태’라고 부르는 동물의 본딧말이 바로 ‘해치’인 것이다. 그런데 해치를 나타내는 단독의 글자도 있다. ‘해치 치’ 혹은 ‘해태 치’라고 훈독하는 ‘廌’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 요임금 때 법을 집행하던 신하였던 고요(皐陶)는 늘 해치를 데리고 다녔는데 그 해치는 죄가 있는 사람과 죄가 없는 사람을 정확히 판별하여 죄가 있는 자를 머리에 난 뿔로 들이받아 황하에 빠뜨려 처단했다고 한다. 여기서 “해치(廌)가 범죄자를 황하의 물속으로(氵=水) 빠뜨려 제거한다(去)”는 의미를 담은 글자 ‘灋’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것이 ‘법(law) 법’ 자의 본래 글자이다. 훗날 글자 모양이 간략하게 변하여 ‘灋’에서 ‘廌’가 사라지고 ‘물 수(氵=水)’와 ‘갈 거(去)’만 남은 형태로 정착된 것이 오늘날 사용하는 ‘법 법(法)’ 자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灋’자는 모르는 채 ‘法’ 자만 알게 되어 대개 “法은 물(氵)이 흘러가듯이(去) 자연스럽게 제정되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글자로 풀이하게 되었다. 일리가 있는 풀이이기는 하나, ‘法’ 자의 발생 내력에 대한 정확한 풀이는 아니다.
김학의 사건의 실상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현재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사전에 다 알고 있었음에도 김학의 씨가 그대로 차관에 임명되었다는 박영선 의원의 폭로에 대해 황교안 대표가 강하게 부인(否認)하고 나섰다. 둘 중의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뿔 달린 해치, 광화문 앞의 석상이 진짜 해태로 살아나서 시비를 분명히 가려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