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입증책임제 넘어 ‘네거티브’개혁 급하다

입력 2019-03-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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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무원이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규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규제입증책임제’가 본격 추진된다. 기획재정부는 27일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규제입증책임제 시범실시 결과를 발표하고, 앞으로 모든 부처에 이 제도를 확대키로 했다. 기재부는 외국환거래, 국가계약, 조달 등 3개 분야 규제 272건의 필요성을 직접 입증하는 과정에서 83건(30.5%)이 불필요하다고 판단돼 즉시 폐지·개선했다고 밝혔다. 연내 전 부처를 대상으로 규제가 포함된 행정규칙 1774개도 정비키로 했다.

규제입증책임제는 1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청와대 만남에서 한 기업인이 건의해 도입됐다.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설명토록 할 게 아니라, 공무원이 왜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케 하고 실패하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과 불과 2개월여의 시범실시를 통해 규제의 30% 이상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가 얼마나 많이 널려 있는지를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규제의 틀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우리 기업이 규제 혁파에 목말라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규제 개혁을 절박하게 호소한 것만도 수십 차례다. 박 회장은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57곳이 한국에서는 규제에 막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심한 규제 수준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나 정부도 그동안 줄곧 규제 개혁의 의지를 강조하고 약속해 왔다. 규제샌드박스 제도도 새로 도입했다. 그럼에도 성과는 보잘것없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조사에서 현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약 1년 10개월 동안 규제 개선 건수는 모두 788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목표의 60.6%에 그친다. 특히 혁신 성장과 경쟁 및 영업 제한에 대한 선제적 규제 개혁이 크게 미흡했다. 오히려 지난 정부보다 훨씬 저조한 실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약 4년 동안 총 3359건의 규제를 개선했다.

규제입증책임제만 제대로 시행돼도 규제 개혁의 속도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족하고 한계도 있다. 대개의 규제는 정부 여러 부처에 걸쳐 있어 어느 한 곳의 담당 공무원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근본적인 해법은 네거티브식 규제 개혁이다. 국민 생명과 안전과 관련돼 특별히 법률로 금지한 것 말고 모든 기업이 어떤 사업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허용한 뒤 사후에 규제하는 ‘열린’ 규제 시스템이다. 진입장벽을 없애 기업들의 자유로운 투자와 사업 기회 창출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핵심 전제다. 오래전부터 당위성이 강조돼 왔고, 문 대통령도 여러 차례 적극적인 개혁을 주문했지만 여전히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제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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