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엘케이, 3000억 매출 기업 어쩌다 상폐 위기까지?

입력 2019-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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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년 전만 해도 3000억 원 ‘매출의 탑’을 수상한 TSP(터치스크린패널) 부품 기업 이엘케이가 코스닥시장 상장 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스마트폰 부품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 속에 수익성이 떨어지고 재무 안정성을 해치는 악순환이 수년간 계속된 결과로 분석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엘케이는 최근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의견거절’로 결정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4월 5일까지 이엘케이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없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엘케이의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의견거절을 표명한 근거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이엘케이의 대규모 적자와 유동자산을 크게 웃도는 유동부채, 연장 여부가 불확실한 수백억 원대의 단기차입금 등 재무 안정성이다.

이엘케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1960억 원의 매출과 165억 원의 영업손실, 305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1.9%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가 대폭 증가했다. 또 결손금이 늘어난 만큼 자본총계가 줄면서 부채비율도 전년 305.3%에서 지난해 571.8%로 껑충 뛰었다. 유동부채의 경우 유동자산을 334억 원 초과하고 3개월마다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단기차입금만 441억 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감사인은 “향후 자금조달, 경영개선계획의 성패와 우발채무의 최종 결과에 따라 계속기업의 존속능력이 좌우되는 중요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감사인은 또 “연결회사의 법인인감 사용에 있어 내부회계관리제도 상 중요한 취약점이 발견됐고 부외부채 존재 가능성 및 우발상황과 관련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형자산의 손상검토와 관련해 2020년 이후 판매 수량 및 판매 단가와 관련한 가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던 점도 문제가 됐다.

이엘케이의 상폐 위기는 수년 전부터 신호가 감지됐다. 이엘케이의 실적은 부품 시장 내 경쟁 심화로 2015년부터 급격한 하락세에 직면했다. 이엘케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터치패널의 판매 단가가 2014년 1만4031원에서 이듬해 9904원으로 떨어졌고 1년 뒤인 2016년에는 7483원까지 내려가 3년 새 반토막 났다. 또 2년이 지난 작년에는 3888원까지 떨어졌다. 판매단가 하락에 이엘케이는 2015~2016년 2년간 6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고 여기에 이자 비용과 자산손상 등이 더해 2015~2016년 낸 순손실만 1000억 원을 웃돈다.

이를 두고 2015 사업연도를 감사한 안세회계법인은 “대규모 순손실과 과다한 유동부채를 들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킬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했고, 이듬해부터 외부감사인이 된 삼정회계법인 역시 2016~2017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 불확실성에 대해 주의할 것을 표명했다.

이엘케이는 회사를 창업한 최대주주 신동혁 대표가 최근 지분과 경영권을 40억 원에 고용송 포스코공과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에게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신 대표 지분은 4.61%에서 1.13%로 줄고 고 교수는 3.49% 지분으로 최대주주가 됐다.

회사 관계자는 “거래소에 이의신청을 접수하려 하고 있다. 상장폐지를 유예하는 방향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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