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만세삼창(萬歲三唱)

입력 2019-03-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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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기미년 3월 1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3·1절 노래의 첫 부분이다. 1919년 3·1만세 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많이 치른 2019년의 3월이 다 가고 있다. 3월이 간다고 해서 우리들 가슴에서 ‘그날의 만세’ 함성이 희미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만세’라는 말 자체에 이미 결코 희미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 들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세는 ‘萬歲’라고 쓰며 각 글자는 ‘일만 만’, ‘해 세’라고 훈독한다. 직역하자면 ‘일만 년의 해(세월)’인데 이는 곧 ‘천 년 만 년 영원하라!’라는 뜻이다. ‘대한독립만세’는 ‘대한의 독립이여, 영원하라!’는 뜻이고, ‘대한민국만세’는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는 뜻인 것이다.

3월 1일,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하면서 우리는 ‘만세3창’을 하였다. 왜 만세는 세 번 부르는 것일까? 예로부터 한자문화권 국가에서는 ‘3’이라는 숫자를 즐겨 사용했다. 1이라는 양수(陽數)가 있음으로써 ‘2’라는 음수(陰數)가 생겨나고, 마침내 1과 2라는 음과 양이 합하여 새로운 생명인 ‘3’을 탄생시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숫자 ‘3’에 생명과 희망과 번영과 발전의 의미를 부여하여 특별히 3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천·지·인(天·地·人) 즉 하늘과 땅과 사람을 일러 ‘삼재(三才)’라 하는 것도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이 살며 ‘생생불식(生生不息)’의 생명을 이어간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고, 단군신화에 나오는 천부인(天符印) 3개와 3천 명의 무리도 숫자 ‘3’을 중시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만세3창’의 ‘3’ 또한 영원한 생명과 번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매일 벌어지고 있는 ‘당파싸움’을 보면서 1919년 3월, 만세를 불렀던 선열들에 대해 극히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나만의 감정일까? 3월이 가기 전에 100년 전 만세 운동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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