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다이슨, 청소기 전쟁 4년…득실은?

입력 2019-03-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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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 광고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LG전자와 영국 생활가전 기업 다이슨이 4년째 치열한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가 첫 싸움을 벌인 호주 시장에서부터 엇갈린 성적표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이 커지면서 양측의 공방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2일 글로벌 통계기관 GTA(Global Trade Atlas)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호주 진공청소기 수입 규모에서 지난해 4위를 차지했다. 호주의 한국산 청소기 수입은 2016년 295억2000달러였다가 2017년 55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후 지난해 1095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94% 급성장했다.

이는 국내 유력 가전 브랜드인 LG와 삼성의 잇따른 신모델 출시가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LG전자의 호주 공략이 매섭다.

LG전자는 2015년 10월 다이슨을 상대로 호주연방법원에 허위광고 금지소송을 냈다. 다이슨이 광고에서 ‘ 가장 강력한 무선 청소기’, ‘다른 무선 청소기 흡입력의 두 배’ 등의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를 호도했다는 이유였다.

LG전자가 호주에서 판매하던 청소기의 흡입력은 최대 200W로 다이슨 보다 두 배 강했다. 다이슨은 백기를 들었다. 다이슨은 LG전자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이면서 호주 전 매장에서 관련 문구를 지웠다.

이후 LG전자는 지난해 다이슨의 텃밭인 호주에 ‘코드제로 A9’을 내놓으며 전면승부에 나섰다. 호주에서 점유율 80%에 달했던 다이슨은 여러 후발 업체들의 공세와 견제 속에 점유율이 40.5%로 주저앉았다. LG전자는 지난해 호주에서 점유율 1.7%를 차지하며, 호주 시장 점유율 순위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LG와 다이슨의 대결 2라운드는 2016년 2월 한국에서 벌어졌다. 다이슨이 국내 언론을 초청해 LG전자 무선청소기와 성능을 비교하는 시연행사를 열었는데, 다이슨이 자사 고가형 신제품과 LG전자의 중저가 보급형 청소기와 비교한 것.

이에 LG전자는 사과를 요구했고, 업무방해와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다이슨이 사과하면서 LG는 소송을 취하했다.

▲LG전자가 다음달 초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에 물걸레 기능을 더한 신제품을 선보인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제공=LG전자)

2017년 말 다이슨의 반격이 시작됐다. LG전자가 광고에 사용한 ‘최고 수준 140W의 흡입력’, ‘제트엔진보다 16배 더 빨리 회전하는 스마트 인버터 모터’, ‘초미세먼지 99.97% 차단 성능의 헤파 필터 적용’ 등의 문구를 문제 삼은 것. 다이슨은 서울중앙지법에 LG전자 제품에 대해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다이슨은 LG전자 광고에서 청소기의 흡입력과 모터 속도 등을 문제 삼으며 다시 광고 금지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이 공방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진행된 세 차례의 법정 공방에서 LG전자는 다이슨에 판정승을 거뒀다.

LG전자는 초반 두 차례의 소송 제기를 통해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스틱형 무선청소기 시장 1위인 다이슨과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고, 소비자가 LG전자 제품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놓고 법조계는 기업 소송이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 된 사례로 꼽기도 한다.

실제로 다이슨은 진행 중인 이번 소송에서 “LG전자가 허위·과장 광고와 함께 경쟁 제품을 출시하면서 100%였던 다이슨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 7월 기준 27.3%까지 급락했다”고 손해 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면 LG전자의 소송 제기가 일정부분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줬고, 다이슨의 반격과 견제가 오히려 LG 청소기의 인지도를 올려주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다이슨의 프리이머 브랜드 선도 이미지가 더욱 확고해졌다는 반론도 나온다. 다이슨은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여전히 시장을 리드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헤어드라이어, 고데기,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생활가전 라인업에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이슨은 최근 100만 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조명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법정 공방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벌어진 일들로,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소비자”라며 “청소기 제품의 범람으로 소비자는 더 혼란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기업의 섬세하고 양심적 마케팅 활동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다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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