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경칩(驚蟄)

입력 2019-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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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오늘은 경칩이다. 경칩은 驚蟄이라고 쓰며 ‘놀랠 경’, ‘숨을 칩’이라고 훈독한다. ‘숨을 칩(蟄)’은 ‘벌레 훼(虫)’와 ‘잡을 집(執)’이 합쳐진 글자로서 ‘虫’는 뜻을 나타내고 ‘執’은 뜻과 함께 발음을 나타낸다(집→칩). ‘虫’는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글자이고 ‘執’은 본래 ‘죄수에게 수갑을 채워 붙잡아 두는 것’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따라서 虫와 執이 합쳐진 ‘蟄’은 뱀이나 개구리와 같은 동물들이 잡혀 있듯이 꼼작하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 상태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虫’는 흔히 ‘벌레 충’이라고 훈독하는 글자이지만 ‘벌레 충’의 본래 글자는 ‘蟲’이고, ‘虫’는 ‘蟲’의 속자임과 동시에 ‘벌레 훼’라는 별도의 훈을 가진 글자이다. 驚은 ‘敬(공경 경)’과 ‘馬(말 마)’가 합쳐진 글자로서 敬에서 발음을 취하고 馬에서 뜻을 취하여 말이 놀라서 앞다리를 추켜든 모양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그러므로 驚蟄은 겨울 내내 마치 누구에게 잡혀 묶인 듯이 꼼작 않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나 뱀 등이 따듯한 봄을 맞아 놀라 깨어나는 날이다. 24절기 중의 하나로서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 다음에 오며 대개 양력 3월 5일을 전후한 날이다.

곰이나 다람쥐 같은 동물들도 겨울잠을 잔다. 이들은 개구리나 뱀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수면(假睡眠) 상태로 동굴 속에 들어가 겨울을 난다. 동물들의 이러한 겨울잠에 빗대어 바깥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것을 ‘칩거(蟄居 居:살 거)’라고 한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난다는 경칩을 맞아 자의로든 타의로든 세상에 나타나기를 꺼려 칩거하던 사람들이 활기차게 세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세상을 바르게 이끌 큰 능력을 가지신 분이라면 더더욱 칩거를 끝내고 세상으로 나와 주기를 바라고, 만약 죄를 짓고 숨어 지내는 사람이라면 그 또한 뉘우치고 자수하여 밝은 세상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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