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허가까지 길게는 7년 소요...지점 세워도 단기 성과 힘들어
은행권이 너 나 할 것 없이 동남아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내실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시장은 당장 성과를 보기 어렵고,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에서 관심이 높은 동남아 시장은 ‘베트남’이다. 이번 정부가 관심을 두고 있는 신남방 지역 국가 중에선 베트남은 비교적 지점이 많은 축에 속하지 않지만, 수익성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박항서 효과’로 국내 법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한몫했다.
베트남 시장에선 신한은행이 괜찮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 30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 전체 점포수(53개)에 비해 50% 넘는 점유율을 갖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신한은행은 동남아 시장에서 쏠쏠하게 이익을 거두는 중이다. 지난해 약 10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이런 성과도 비교적 최근에서다. 1993년 2월에 진출한 이후 약 20년 가까이 지나서야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그간 국내와 이질적인 현지 법 적응은 물론 현지 마케팅 전략까지 새로 구성해야만 했다.
지점 대비 상대적으로 베트남 시장의 수익성이 낫다는 평가가 짙어지면서 은행권 CEO들도 적극적으로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09년부터 진출한 캄보디아보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진출한 베트남 시장에 대한 성과가 더 낫다고 평가한다.
다만 베트남 시장은 외국 법인이 진출하기 어려운 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지점 설립에 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민은행이 하노이 사무소 지점 설립 신청을 제출하고도 3년 만에 본인가를 받을 정도였다. 길게는 7년가량 걸리기도 한다.
이러한 탓에 전폭적인 동남아 시장 진출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많다. 정착해서 성과를 보이면 그만이지만, 실패 사례도 적잖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점만 늘려서는 현지 시장 공략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