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가장 첫 번째 후보는 ‘경기 반전’에 대한 기대를 들 수 있지만, 그렇게 설득력이 있지는 않다. 일단 1월 1~20일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6%나 줄어든 것을 감안할 때, 한국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의 부진에서 빠르게 탈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한국 수출의 강력한 선행지표인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도 지난해 12월 54.1포인트까지 하락해, 전월(59.3포인트) 수준을 크게 하회한 바 있다.
두 번째 후보는 미·중 무역분쟁의 완화 기대감이다. 지난해 12월 1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라 대중 관세 부과가 90일 유예되고, 또 2019년 1월 9일까지 사흘간 베이징에서 통상교섭이 이뤄진 것은 분명 호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2월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소규모이지만 여전히 순매도(-0.1조 원)를 기록한 바 있어, 무역분쟁 타결의 기대만으로 최근의 수급 개선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특히 최근 외신 보도를 보면 미·중 무역분쟁의 순조로운 해결을 가로막는 요인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식재산권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 협상에 진전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는 높아진 상황이지만, 아직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이자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달러 강세가 진정된 것을 들 수 있다. 유로와 영국 파운드 등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의 환율을 평균해 계산하는 ‘달러지수(Dollar Index)’ 기준으로 2018년 12월 14일 97.4포인트를 기록했으나, 2019년 1월 10일에는 95.5포인트까지 소폭이지만 하락세로 돌아섰다. 달러의 약세가 출현했다는 이야기를 달리 표현하면, 달러 이외의 통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달러 자산에 자금을 배분한 투자자 입장에서 달러 이외의 자산, 예컨대 한국 주식 등 신흥국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연말을 고비로 달러의 강세가 진정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이유는 두 가지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는 ‘보험용’이다. 2008년 혹은 1997년 같은 급박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손실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환차익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미국 달러화는 ‘안전자산’으로 기능하기에, 급박한 위기가 출현할 때 투자자들이 달러를 더 적극적으로 매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기관 파산 혹은 주요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이 부각되는 것은 아니기에, 이 수요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 듯하다.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두 번째 목적은 투자의 ‘실익’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통화에 비해 달러 표시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질 때, 달러는 강세를 보인다. 2018년 11월 9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19%까지 치솟았을 때를 생각해보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통화, 달러로 지급되는 이자가 3% 초반이라면 이 채권을 매입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런 연유로 2018년 내내 달러의 강세가 이어졌지만, 연초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무엇보다 미 연준 의장 파월이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가지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자,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2.56%까지 떨어졌다.
물론 아직도 미국의 금리는 다른 통화로 발행된 채권 금리보다 높은 편이기에, 달러 자산 보유의 매력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지난해 출현했던 ‘강력한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외국인 수급 여건은 당분간 개선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