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으로 받은 재산(유증)을 포기하는 것은 상속ㆍ증여와 마찬가지로 사해행위(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어렵게 만드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장모 씨가 조모 씨 등을 상대로 낸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2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장 씨는 2006년 4월 조 씨에게 3개월을 약정해 2억 원을 빌려줬다. 장 씨는 채무변제가 이뤄지지 않자 조 씨와 형제들을 상대로 2015년 4월 유증받은 서울의 한 아파트에 대한 지분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하라며 소송을 냈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던 조 씨는 부친이 사망하면서 남긴 해당 아파트에 대한 유증을 포기하고, 형제들에게 상속 지분대로 나눠준 것으로 나타났다.
장 씨는 1심 재판 중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자 조 씨의 유증 포기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예비적청구를 했다.
1, 2심은 "조 씨와 연대보증인은 장 씨에게 2억 원을 지급하라"면서도 유증 포기는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도 "유언자 사망 후 언제든지 유증은 포기할 수 있고, 효력은 사망 시점에 소급해 발생한다"며 "채무자의 유증 포기가 직접적으로 일반 재산을 감소시킨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