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하락 'KT&G' 소매상 편법거래 뜯어보니

외국담배들의 국내 시장 점유 확대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해마다 축소되는 KT&G가 담배 소매상들을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해온 것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5000만원 부과라는 첫 제재의 메스를 가했다.

특히 공정위가 최근 소비자 물가 안정과 관련 산업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제재라는 점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 경쟁사 제품 판매ㆍ진열 제한에 대가 지급

공정위가 이번에 적발한 사례들을 보면 우선 KT&G는 경쟁사업자 담배를 판매하지 않는 조건으로 담배대금을 깎아줬다. KT&G OO지점은 관할지역 136개 담배소매상에게 경쟁사 담배 “○○1mg"을 2005년 11월부터 한달 정도 판매하지 않는 조건으로 담배대금을 할인해 주기로 약정했다. 이후 이를 이행한 56개 담배소매상에게 담배대금을 최고 27만5000원까지 깎아줬다.

또한 KT&G는 자신의 신제품 담배 출시후, 경쟁사업자의 니코틴과 타르 함량이 유사한 담배를 한시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금을 깎아주기도 했다. KT&G OO지점은 관할지역 157개 담배소매상에게 경쟁사 유사함량 제품을 2005년 8월 중 결품하는 조건으로 담배대금을 할인해 주기로 약정했다. 이후 점포별로 2~3일 간격으로 이행내역을 점검하고 담배소매상 당 평균 37만7000원의 대금을 깎아주었다.

아울러 KT&G는 경쟁사업자의 담배 및 담배광고물을 매장에 진열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지급하기도 했다. KT&G 서울지역 ○○본부는 관할 핵심상권내 다수 담배소매상과 자사담배 진열 정도를 기준으로 산정한 관계도 유지 조건으로 광고물설치 약정을 체결한 후 소매상에게 최고 월 300만원을 준 사례가 적발됐다. KT&G ○○지점은 관할구역 4개 담배소매상과 '경쟁사 광고물 미설치'와 '벽장형 진열장에 KT&G 담배만 진열'조건의 약정 체결 후 2005년 1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19개월 동안 매월 15만~25만원의 현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 샘플링 조사 한계로 빙산의 일각일 뿐

이번에 적발된 사례들이 전수조사가 아닌 신고에 의한 샘플링 조사라는 점에서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이다.

공정위 조사시점은 2005년과 2006년에 집중돼 있고 조사 지역 역시 수도권에 국한된 조사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현재도 이러한 KT&G 일부 지사와 지점들과 담배소매상들간 불공정거래 관행이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또한 KT&G가 담배값은 소매상들에게 싸게 공급하면서도 소비자들은 결국 전국 동일가인 담배 특성에 따라 제값에 구매했고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도 침해 받았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KT&G가 담배의 가격과 품질 및 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담배소매상과 약정을 맺어 이들과 경쟁사업자와의 거래를 제약하는 불공정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국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소매인 지정을 받은 담배 소매상만 15만명에 달해 직권조사와 전수 조사에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신고에 의한 샘플링 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징금 5000만원은 조사결과 적발된 사례와 관련 발생한 매출에 대해 과징금 고시에 따라 부과했다"며 "이번 사례를 통해 KT&G 뿐만 아니라 다른 담배사업자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외국산 담배 점유확대에 따른 시장 점유율 하락에 자극

이러한 KT&G의 상행위는 최근 시장 점유율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와 한국담배협회에 따르면 연간 3조원이 넘는 국내 담배시장에서 KT&G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70%를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KT&G의 시장 점유율은 매해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KT&G의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장 점유율은 20%P나 줄어든 셈.

이는 다국적기업인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주)(BAT), 한국필립모리스(이하 PM), 제이티인터내쇼날코리아(JTI) 등이 약진하는 가운데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30%까지 높아졌다.

상황이 이러하자 판매 증진과 시장점유율 확대에 압박을 받는 KT&G의 일부 지점과 지사들이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담배 진열과 관련해 사례들이 적발되고 있다는 사실은 건강유해성 논란이 있는 제품의 특성상 담배제품의 광고와 촉진활동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연 60회로 제한된 잡지광고(여성 또는 청소년 대상물은 금지), 담배소매상내 제품 진열 및 광고만 가능한 상황에 따라 제품 광고 수단이 담배 진열대라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KT&G의 일부 지점과 지사들이 담배 진열 방식과 관련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해 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대해 KT&G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지시한 적은 없으며 일부 지점과 지사들이 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태를 파악중이며 앞으로 이러한 행위들이 근절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