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금액이 9개월 만에 6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금액이 30조 원을 넘어서면서 올해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2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우발채무 금액은 지난해 9월 기준 33조90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12월(27조9000억 원)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6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2010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며, 자기자본 대비 비중 63.7%에 달한다.
우발채무란 빚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채무를 말한다.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 우발채무는 PF 대출의 보증을 선 뒤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유동성 공여와 직접 PF 보증에 나서는 신용 공여로 구분된다. 신용공여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더 높고 증권사가 최종적으로 상환책임을 진다.
나신평 관계자는 “우발채무 유형 중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신용공여 비중이 79.2%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면 증권사 자산건전성에 직접적인 악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우발채무는 2012년 이후 대폭 증가했다. 당시 정부의 각종 부양정책, 금리인하, 대출규제 완화에 힘입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서 부동산PF건이 늘었다. 건설사의 신용등급은 과거 대비 저하된 상황이었고, 증권사들은 수익구조 다변화 차원에서 부동산PF 관련 우발채무를 적극적으로 늘렸다. 이에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금액은 2015년 20조 원을 돌파한 후 한동안 증가세가 둔화됐다가 지난해 국내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다시 큰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나신평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을 우려했다. 이혁준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본부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고 일부 지역의 경우 주택공급 집중에 따른 가격 하락도 나타나고 있다”며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이전 대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거 국내 증권사의 우발채무 금액 증가는 자기자본 규모가 비교적 작은 중형사들을 중심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대형증권사들도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상승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전체 우발채무 중 대형증권사의 보유 비중은 2015년 말 37.5%에서 2018년 9월 말 48.7%까지 상승했다.
이 본부장은 “자본 완충력이 높은 대형사의 보유 비중 상승은 전체 증권업의 우발채무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요소로 판단됐지만 최근 대형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상승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며 “자본규모가 큰 증권사의 경우에도 우발채무 현실화에 따른 건전성 저하와 유동성 압박이 재무 안정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