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2019년 1월 1일, 새해를 맞으며 덕담인사를 나눈다. 덕담은 ‘德談’이라고 쓰고 각 글자는 ‘큰 덕’, ‘말씀 담’이라고 훈독하며 “남이 잘되기를 비는 말”이라는 뜻이다.
새해맞이 덕담으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복 많이 받으십시오’인 것 같다. 국어사전은 ‘복(福)’을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한자 ‘福’은 ‘示+畐’로 이루어진 글자인데 ‘畐’은 다시 ‘酉+貝’의 구조가 간략화한 형태로서 ‘酉(술 주)’는 술을 담는 그릇이고, ‘貝(조개 패)’는 조개껍질로서 옛날에 화폐 대용으로 사용하던 것이다. ‘示’는 제사상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그러므로 ‘福’은 제사상 위에 술이나 재물을 차려놓고 뭔가를 비는 모습을 나타낸 글자이다. 간절하게 빎으로써 하늘로부터 받는 어떤 ‘좋은 것’을 일러 福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도 새해면 으레 하늘로부터 복을 많이 받으라는 덕담인사를 하곤 하는 것이다. ‘만사여의(萬事如意)’, 즉 “모든 일이 다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빈다”는 덕담도 하고, 더러 ‘만사형통(萬事亨通)’이라는 말도 하는데 이는 만사가 다 시원시원하게 잘 풀리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무탈하라는 덕담, 즉 새해에는 그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라는 말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탈’을 순우리말로 알고 있으나 이는 사실 한국에서 발생한 순수한 한국 한자로서 ‘頉’이라고 쓰며 “뜻밖에 일어난 걱정할 만한 사고”나 “몸에 생긴 병”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따라서 ‘무탈(無頉)하라’는 말은 곧 걱정할 만한 사고나 병이 없이 평안하고 건강하게 지내라는 뜻이다. 중국어 사전에서는 ‘頉’을 ‘頤(턱 이)’와 같은 글자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어떤 연유로 우리나라에서는 ‘탈’이라는 음과 뜻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받는 복이 크면 클수록 좋겠지만 무탈한 것만도 이미 큰 복이다. 새해엔 모두 無頉하소서!